<신구공신상회제명지도 병풍>은 1604년 음력 11월 12일 신공신과 구공신들의 회맹의례 중 상회연을 기념하여 공신들에게 하사한 기록화입니다. 임진왜란이 끝난 후, 왕권이 무너지자 선조는 국왕과 신하 간의 의리를 다지는 의식이 필요하였습니다. 그래서 음력 10월 28일 경복궁 신무문 일대에서 공신들을 소집하여 회맹제를 거행하였고, 보름이 지난 11월 12일 충훈부에서 궁중 행사인 상회연을 열었습니다.
신구공신회맹의례는 1590년 1월 책훈된 광국공신과 평난공신과 1604년 6월 책훈된 호성공신, 선무공신, 청난공신 가운데 생존자 63인을 대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광국공신은 명나라 『대명회전』의 잘못된 태조 이성계 계보를 정정한 공신이며, 평난공신은 정여립 사건을 평정한 공신을 말합니다. 호성공신은 임진왜란 때 선조를 의주까지 호종했던 공신을 말하며, 선무공신은 전쟁에서 공을 세웠거나 후방에 지원했던 공신, 청난공신은 임란 중 발생한 이몽학의 난을 진압한 공신을 뜻합니다.
병풍의 제1폭은 상회연 장면을 묘사하였습니다. 상회연은 총 63명이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하단의 연회 장면은 58명만 참석하였음을 알려줍니다. 이는 이산해,류성룡 등 5명이 노환과 상중 등의 이유로 불참했기 때문입니다. 제2폭과 제3폭에는 총 63명의 공신의 명칭과 품계, 작호, 관직, 자, 생년, 본관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중, 유영경, 고언백, 박명현의 이름이 사각형으로 둘러져 있는데 이것은 이들이 광해군 즉위 초에 역적으로 몰려 처형되고 녹훈에서 삭제되었기 때문에 후대에 다른 공신들과 구분한 표시로 추정됩니다. 화면 상단에는 전서체로 제목을 적었으며, 그 아래 붉은 줄로 구획한 점은 계회도 형식을 병풍에 적용한 특이한 사례입니다.
2016년 소장품도록 『기록화·인물화』 발간을 위해 본 병풍을 연구하면서 보물 <권응수 장군 유물> 중 <태평회맹도 병풍>과 거의 동일한 작품임을 밝혀냈습니다. 상회연을 그린 기록화로는 본 소장품과 <태평회맹도 병풍>이 유일하며, 두 작품 간 훼손된 부분이 달라 결실된 글자를 서로 보완할 수 있었습니다. <신구공신상회제명지도 병풍>은 현재 전해지는 공신 관련 기록화로서 제작 시기가 가장 오래된 점, 궁중 행사 상회연을 그린 유일한 사례인 점, 그리고 임진왜란 직후 제작된 기록화 중 특히 회화 수법이 섬세하고 사실성을 반영한 점을 인정받아 2020년 보물로 승격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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