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희지(王羲之)의 『십칠첩(十七帖)』이나 『순화각첩(淳化閣帖)』은 왕희지의 글씨를 모아서 후대에 첩으로 만든 것이다. 왕희지 자필이라기 보다는 후대사람이 왕희지의 글씨를 모각(摹刻)한 것이며 내용은 편지글이다. 이 유물은 왕희지 적설첩(積雪帖)으로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친 부분은 적설첩에서 빠진 부분을 보충한 것이다.
(그대와 이별한 날을 헤아려 보니 어언 26년이 되었습니다. 비록 때때로 서신으로 안부를 묻기는 했지만 회포를 풀
지는 못했습니다. 그대가 앞뒤로 보내준 두 통의 편지를 보노라니 탄식만 더합니다. 근래 눈도 쌓이고) 날씨도 추운
데 50년 동안 없던 일입니다. 그대는 평상시처럼 잘 지내리라 생각합니다. 내년 여름이나 가을 사이에 오시기를 기
대하는데, 그때서야 그대의 소식을 들을 수 있겠지요. 근래 시간만 아득히 흐르니 무어 할 말이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