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의 힘찬 숨비소리가 들리는 바다

해녀
한국의 가장 남쪽에 위치한, 한국에서 가장 큰 섬 제주도. 제주도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될 정도로 아름다운 자연을 가지고 있어 많은 관광객이 찾는 관광의 섬이다.제주바다에는 해안절경 못지않게 관심을 끄는 광경이 있다. 맨몸으로 바다에 들어가 해산물을 짊어지고 나오는 사람들, 바로 제주해녀들의 모습이다.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이 특별한 장면의 주인공 제주해녀, 그녀들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유채꽃밭길을 따라 물질을 나서는 해녀들

제주의 해녀
해녀는 기계장치 없이 맨몸과 맨손으로 바다에 들어가 해산물을 채취하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여성이다. 해녀들의 일터이자 공동어장인 바다를 제주에서는 바다밭이라 일컬어왔다. 화산섬이라 농경지가 귀해 제주 사람들은 바다도 밭으로 삼아 가꾸어 온 것이다. 제주의 해녀는 바다에 의지하여 전복이나 소라, 해삼, 천초, 톳 등을 채취하여 생업을 이끌어 가는 여성으로서 제주에서는 그녀들을 좀수, 좀녜, 잠수(潛嫂)라고 한다. 이들은 아마 제주사람들의 삶과 역사와 같이 했을 것으로 추정되며 이들이 하는 일을 ‘물질’이라고 부른다. 제주에서 언제부터 물질이 시작됐을까? 6세기 자료에 제주에서 진주를 진상하였다는 기록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아 그 역사가 상당히 오래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물질은 『삼국사기』「고구려본기」에 섭라(제주)에서 야명주(진주)를 진상하였다는 기록이 남아있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삼국시대 이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조선시대 기록에는 남자인 포작인(鮑作人)들이 전복을 채취해 진상해 온 것으로 나와 있으며 1629년 이건의 「제주풍토기」에 해녀들이 전복을 채취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또한 해녀에 대한 기록은 『조선왕조실록』, 이익태의 『지영록』, 위백규의 『존재전서』등의 여러 문헌자료에 나타나고 있다.

일출과 함께 바다로 작업을 나서는 해녀들

배 위에서 뛰어내려 물질하는 해녀들

물질기술
물질기술은 오랜 시간의 수련과 경험을 통해 얻어지는 기술로 보통 8살부터 마을의 얕은 바다에서 헤엄과 잠수를 익혀 15세 무렵에 애기해녀가 된다. 해녀들의 물질 작업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숨을 참고 15m나 되는 물속에서 강한 수압을 견디며 1분 이상 작업해야 하는 것이다. ‘초인적’이라 평가되는 이 기술은 해녀들 저마다의 바다 체험과 작업 경험에서 얻어진 것들이다. 수압과 산소의 양을 감지하고 수면까지의 거리를 가늠해 잠수하는 시간을 스스로 조절해야 가능한 일인 것이다.

해녀는 15세 즈음 물질을 시작하여 70~80세가 넘어도 물질을 계속한다.

해녀의 물질 방법은 물가에서 직접 바다밭으로 나가 조업하는 '곳물질'과, 작업장까지 배를 타고 나가 조업하는 '뱃물질', ‘난바르’의 형태가 있다.

저리로 가게: 조업할 바다를 가리키는 해녀의 모습

곳물질은 해녀들이 조업을 할 수 있는 바다 밭이 마을에 인접해 있어서, 물가에서 직접 어장까지 헤엄쳐 나가 물질하는 것을 말한다. 나이가 어리거나 많은 해녀들이 자신들의 기량에 따라 가까운 바다에서 물질을 한다.

작업장까지 배를 타고 나가 조업하는 '뱃물질'

포구에서 배를 타는 해녀들

배 위의 화덕 : 뱃물질을 나가면 배위에 화덕을 준비하여 물질을 마치고 배 위로 올라온 해녀들의 몸을 녹여준다.

나비처럼 바닷속으로 뛰어내리는 해녀들

누가 먼저 바다밭으로

테왁에 잠시 기대 쉬던 해녀는 깊은 바다속으로 자맥질 한다.

숨비소리
숨비소리는 해녀들이 잠수한 후 물 위로 나와 숨을 고를 때 내는 소리로 마치 휘파람을 부는 것처럼 들린다. 이는 약 1분에서 2분가량 잠수하며 생긴 몸속의 이산화탄소를 한꺼번에 내뿜고 산소를 들이마시는 과정에서 ‘호오이 호오이’ 하는 소리가 난다. 해녀들은 ‘숨비소리’를 통해 빠른 시간 내에 신선한 공기를 몸 안으로 받아들여 짧은 휴식으로도 물질을 지속할 수 있다. 신체적 조건으로 폐활량, 수압에 견디는 눈과 귀, 찬물에서 견딜 수 있는 능력 등이 필요하며 커다란 바다생물을 만났을 때 당황하지 않는 담대함도 필요하다. 제주해녀들은 불턱에서 바다에서의 효과적인 체력 운용과 바다에 대한 지식을 끊임없이 선배 해녀들로부터 전수받으며 기량과 지혜를 확장해갔다.

'호오이호오이~' 숨을 고르고

자연에 대한 지식
자연에 대한 지식은 물때, 바람, 여, 채취물 등에 관해 습득하고 있는 해양 지식과 경험 등을 말한다. 해녀들은 마을 바닷속 지형과 시간에 따른 조류의 흐름과 해양생물의 서식처를 인지하고 있다. 그리고 계절에 따른 해양생물의 생육과정과 채취시기를 구별할 수 있다. 우뭇가사리의 경우 최상품을 채취하는 시기가 해마다 다르며 전복, 소라 등 패류를 캐는 시기도 산란기를 피하여 작업하고 있다. 이러한 해양 생태계에 대한 지식은 오랜 경험과 축적된 지식이 제주해녀들에게 꾸준히 전승되고 있다.

수확한 천초를 지고 나서는 모습 :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무게감을 느끼게 한다.

바다는 해녀들의 밭이다. 해녀들은 바다에 들어가면 어느 곳에 어떤 바위가 있고, 소라어장이 어디며, 전복이 많이 나는 곳을 훤히 다 알고 있다. 해녀물질 작업은 공동으로 치러지고 산란기에는 일정기간 작업 금지를 했다가 그 지역 해녀가 입어 할 수 있는 바다밭은 정해져 있다.

미역을 양식하기 전에는 제주도에서 미역해경은 해녀 사회에서 가장 중시되던 작업이다. 제주의 여성들과 가족들은 모두가 바닷가로 나가서 미역을 캔다.

미역말리기

해녀공동체
물질작업은 공동체적인 성격이 강하다. 함부로 바다에 뛰어들어 혼자서 물질을 하는 것이 아니고 반드시 정해 놓은 규약과 법에 따라서 행동하고 있다. 또 물질할 때는 역시 혼자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으로 작업에 임하게 되며, 어려움에 처했을 때 공동으로 위험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 해녀들은 그 집단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 해녀들의 일터인 바다 밭은 해녀공동체인 어촌계 단위로 운영된다. 제주도에는 100여 개의 어촌계가 마을단위로 있으며 저마다 어장의 경계, 해산물의 채취 자격, 채취방법과 채취기간 등을 규약으로 정해놓고 엄격하게 지키고 있다. 이는 바다 생태계를 보호하고 공존하기 위한 약속이다. 이 해녀공동체는 민회의 모습을 보이는데 해녀들은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납득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자유 토론을 충분히 거친 뒤 결정한다. 해녀공동체는 물질 경험과 기량에 따라 상군, 중군, 하군으로 나누어지는데, 상군 중에서도 탁월한 기량과 풍부한 경험, 지혜와 덕성을 갖춘 해녀를 ‘대상군’이라 하고 공동체의 안전과 화합을 이끄는 리더로 삼는다.

4월이 되면 미역 채취를 시작하는데 이를 미역해경이라 한다. 미역해경에 앞서 마을 관계자로부터 물질관련 설명을 듣는 해녀들

개닦이
바다는 해녀들의 밭이다. 해녀들은 바다에 들어가면 바위와 어장이 있고 해산물이 많이 나는 곳을 자세하게 알고 있다. 딸은 선배 해녀에게서 그 밭을 익혀 비로소 상군으로 성장하게 된다. 마을 어장은 자신들의 밭이므로, 어장청소와 잡초인 ‘바당풀’을 제거한다. 일년에 두세 번 치르는 어장청소를 ‘개딲이’라고 하는데, 이 일은 해녀회 회원들에게 주어지는 의무이다.

해녀가 채취하는 해산물
소라, 전복, 성게, 문어를 잡는 것을 ‘헛무레’라고 한다. 헛무레는 물속에 들어가서 바로 해산물을 채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주 허탕을 치는 수가 많기도 하고 또는 톳이나 천초와 같이 공동작업이 아닌 것을 말한다. 물속에서의 작업은 약간의 계산 착오에 의해 물숨을 먹고 죽는 수가 있기 때문에, 정확한 계산은 자신의 몸으로 익혀서 능숙한 해녀가 되는 것이다. 헛무레 작업은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작업하더라도 기량과 능력에 따라 따낸 해산물의 양은 천차만별이다.

소라, 전복, 해삼, 성게를 잡는 헛무레는 여름 산란기에는 휴식을 한다. 10월 1일부터 작업을 하고, 3월까지 작업을 한다.
미역은 4월에서 5월, 감태는 7월부터 8월말, 톳은 2월 그믐부터 4월말에 걸쳐 채취한다. 또 천초는 3월 중순부터 6월 말, 청각은 7월에서 8월, 전복, 소라는 10월에서 6월, 성게는 5월에서 7월, 해삼은 겨울에 잡는다.

물질을 마치고 돌아오는 해녀들

천초와 톳 작업은 해녀들이 공동으로 작업하고 공동으로 판매한다. 개인의 능력과는 별 관계없이 일정기간 동안 작업하여, 말리고 파는 것이다. 젖은 것을 말린 후, 창고에 두었다가 수매 일에 공동으로 30kg, 60kg 한 포대씩 담아서 판매한다.

해녀들이 채취한 우뭇가사리 작업을 돕는 가족들

마중 - 남편의 도움을 받으며 물질에서 나오는 모습

해녀가 물질하여 잡은 문어, 해삼과 나란히 놓은 오리발

잡아온 해산물에 무게를 재는 해녀들

잡아온 소라를 바다에 저장하는 해녀들

성게는 해적 동물로 어패류의 먹이가 되는 해초류들을 먹는 동물이다. 작은 칼로 자른 후 노란 성게 알을 골라서 씻어내어 판매한다. 보라성게는 주로 보리 철에 잡기 때문에 ‘보리성게’라고도 한다. 꺼낸 성게알은 ‘은단’이라고 한다.

제주어로 ‘솜’이라 불리는 말똥성게를 채취하여 작은 숟가락으로 성게알을 꺼내고 있는 늙은 해녀

문어 잡은 해녀

문어와 같은 해산물은 개인적으로 판매가 가능해서 나이든 노파들은 비싼 가격을 받으려고 시장에 나가서 판다. 그것을 판돈은 부식비로나 나이든 해녀의 용돈으로 쓴다.

해녀의 가치
제주해녀들은 자연을 단순한 채취의 대상으로 인식하지 않고 끊임없이 보호하고 가꾸며 공존하는 방식을 세대에 걸쳐 전승해온 생태주의자라 할 수 있다. 또한 해녀는 바다 생태환경에 적응하며 바다지형을 익히고 해양 지식과 물질 기술을 축적해온 해양 전문가이며 남성과 더불어 사회와 가정경제의 주체적 역할을 담당해온 ‘양성평등’의 한 모범이기도 하다.

물질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해녀의 집 마당 : 문어와 테왁망사리를 빨래줄에 걸어 말리고 있는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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