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을 위한 입학식

국립고궁박물관

왕위를 이을 왕세자가 스승으로부터 배움을 구하는 의식 절차를 여섯 장의 그림으로 그렸습니다. 이 의식의 주인공은 19세기 초에 왕세자로 책봉되었던 효명세자(1809~1830)입니다. 의식의 세부를 그린 아름다운 채색 그림을 통해, 입학식 날의 분위기를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왕세자입학도>는 조선의 제23대 왕, 순조(純祖, 재위 1800~1834)의 아들인 효명세자(孝明世子, 1809∼1830)의 입학식 모습을 담은 그림입니다.

효명세자는 1817년 3월 11일, 아홉 살의 나이로 성균관에서 입학식을 치르게 됩니다.

당시 왕세자의 입학식이란 것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이날 행사의 생생한 모습이 여섯 장의 그림으로 남아있습니다.

첫 번째 장면은 궁궐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효명세자가 창덕궁을 나와 성균관으로 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맨 앞의 의장 행렬부터 왕세자를 호위하는 관리들까지 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행사였음을 한 눈에 알 수 있습니다. 그림 위쪽에 보이는 가마가 바로 왕세자의 가마입니다.

그런데 주인공인 효명세자는 어디에 있을까요? 조선시대에는 왕과 관련된 행사 그림을 그릴 때 왕의 모습을 그리지 않았습니다. 왕을 상징하는 물건이나 주변 상황으로 왕이 그 자리에 있음을 알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러한 관례에 따라 왕세자의 모습도 그리지 않았습니다.

성균관에 도착한 효명세자는 먼저 대성전에 모셔진 공자와 여러 성인들의 신위에 술잔을 올리며 예를 갖추었습니다.

그리고는 수업 장소인 명륜당 문 밖에서 스승에게 수업을 청하게 됩니다.

허락을 받은 효명세자는 명륜당 안으로 들어가 감사의 뜻으로 스승에게 예물을 드립니다.

왕세자가 가르침을 구하는 학생의 입장에서 스승에게 정중히 예를 갖추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다섯 번째 그림에 이르면 효명세자가 스승으로부터 수업을 받는 장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당에는 성균관 유생들이 자리하고 있고

건물 안쪽으로는 평소 세자의 교육을 담당했던 관리들이 몸을 낮춰 엎드리듯이 앉아 있습니다.

관리들 앞쪽으로 책상 앞에 앉은 사람이 세자의 스승입니다. 스승의 책상 위에 한 권의 책이 펼쳐져 있고 다른 한 권의 책이 바닥에 펼쳐져 있습니다.

왕세자는 장차 한 나라의 국왕이 될 존귀한 신분이었지만, 입학식에서만큼은 스승과 제자의 예에 따라 책상 없이 바닥에 책을 놓고 수업을 받았던 것입니다.

여러 관리와 유생들, 이렇게 수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왕세자를 위한 첫 수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날의 수업에서 어린 왕세자는 성인(聖人)이 되는 길을 물었다고 합니다.

수업을 마친 효명세자는 궁궐로 돌아와 여러 관리들로부터 축하를 받게 되고 이것으로 모든 입학식 절차가 마무리됩니다.

나라의 미래를 짊어지게 될 왕세자가 스승 앞에서 제자의 예에 따라 입학식을 치르는 모습에는 학문과 인덕을 두루 갖춘 어진 국왕이 되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담겨있었을 것입니다.

아홉 살의 나이로 스승에게 성인이 되는 길을 물었던 효명세자, 그의 입학식은 한 사람을 위한 입학식이기 이전에 나라 전체, 백성 모두를 위한 입학식이기도 했습니다.

제공: 스토리

국립고궁박물관

신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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