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로부터 배운다

국립생물자원관

인간은 오래전부터 생존에 필요한 대부분을 생물로부터 얻고, 생물의 아름다움에 감탄하였습니다. 또한 인간이 지니지 못한 힘과 생존 능력을 경외해 왔습니다. 생물학과 공학이 발전됨에 따라 생물의 능력이 과학적으로 밝혀지고 이에 착안하여 신기술개발에 응용하고자 하는 시도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생물은 상상이상으로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각각의 생물종은 살아남기 위해 셀 수 없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생존에 가장 적합한 능력과 형태로 적응해 왔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생물의 형태 등을 모방하는 것뿐만 아니라 인간의 방식으로 해결되지 않는 환경문제에 자연의 순환원리를 응용하거나 생물의 행동양식을 모방하는 단계에까지 이르고 있습니다.

생물에서 발견한 도구
원시시대에는 동물의 이빨이나 발톱을 직접 이용하여 사냥도구나 무기를 만들었습니다. 당시에는 그 어떤 재료보다 단단하고 기능적이었기 때문에 그대로 사용하다가, 나중에는 그 모양을 본 떠 쇠붙이 등으로 만들게 됩니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도구 중 일부는 생물의 형태에서 유래하였습니다.
디자인에 적용한 생물의 전략

인간의 하늘을 날고 싶어 하는 마음은 끊임없이 계속되어 왔지만 중력을 거슬러 날아오르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한계를 극복하고 날기 위해서 새나 박쥐 등의 특별한 몸의 형태와 무게, 민첩성, 순간적인 힘 등을 오랜 시간 끈질기게 관찰하였고 시행착오를 거쳐 마침내 인간도 하늘을 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16세기 초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새와 박쥐의 날개를 관찰하여 비행 장치를 설계하였습니다. 그는 인간도 날개를 퍼덕이면 중력을 이기고 하늘을 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과일박쥐류(Rousettus sp.)
박쥐의 날개는 사실 손가락, 팔, 다리 사이의 유연한 막이며 새와는 다른 방식으로 비행을 합니다.또한 날개의 미세한 털은 극도로 미세한 자극에도 민감해 공기의 변화를 감지하여 자유자재로 날 수 있게 합니다. 박쥐 비행의 기본 원리를 이용하면 차세대 항공기 설계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바람으로 활공비행을 한 오토 릴리엔탈
사람이 탈 수 있는 글라이더를 최초로 개발한 사람은 독일의 오토 릴리엔탈입니다. 그는 새가 나는 모습을 관찰하여 새 모양을 닮은 글라이더를 만들고, 1891년 처음으로 바람을 타고 나는 활공비행을 시도했습니다. 오토 릴리엔탈은 2천 번이 넘게 비행해 사람도 하늘을 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 주었습니다.

동력비행기로 하늘을 난 라이트형제
윌버 라이트와 오빌 라이트 형제는 하늘을 나는 기계에 대해 연구하던 중 대머리수리가 나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여 비행의 원리를 착안하였습니다. 1903년, 라이트 형제는 최초로 59초간 하늘을 난 동력비행기 '플라이어'를 만들었습니다. 플라이어는 글라이더의 원리를 이용해 만든 몸체에 가솔린 엔진을 단 최초의 동력비행기입니다.

힘들이지 않고 바람에 몸을 맡기는 독수리, 정지비행을 하는 벌새, 공중곡예 하듯 자유자재로 방향을 바꾸는 매 등은 다양하고 효율적인 비행기술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들에 비하면 인간이 개발한 비행기술은 아직도 걸음마 단계에 불과합니다.
새, 박쥐, 곤충에게는 아직도 우리가 모르는 비행의 기술이 많이 있습니다. 새가 비행하는 도중 방향을 전환하거나 착지할 때 안정감 있고 정교한 비행을 가능하게 해주는 작은 날개깃을 알룰라(alula)라 하는데 최근에는 이를 모방하여 비행기나 자동차 개발에 적용하기 위해 연구 중입니다.

장수풍뎅이(Allomyrina dichotoma)

곤충의 비행연구
곤충은 작지만 가장 완벽한 비행능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곤충의 비행은 도움닫기가 필요하거나 날개로 기류를 타는 방식이 아니라 어떤 환경에서도 상하좌우로 자유롭게 날 수 있습니다. 이 방법을 모방하여 좁은 공간에서 정찰이 가능한 초소형 비행체 등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물 표면을 흩트리지 않고 입수하는 물총새
기존의 신칸센은 터널에 진입할 때 속도와 공기압력 때문에 굉음이 나는 현상이 있었습니다. 소음 문제를 고민하던 기술자들은 길쭉한 부리를 가진 물총새가 수면에 진입하여 빠르게 물고기를 잡는 모습에서 힌트를 얻어 신칸센 열차 앞쪽 디자인을 물총새 부리 모양으로 설계하여 획기적으로 소음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물총새(Alcedo atthis)의 이름은 물속으로 총알처럼 빠르게 들어가 사냥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영어로는 물고기사냥의 명수란 뜻에서 kingfisher라고도 합니다. 물가에서 물속을 내려다보다 사냥감이 보이면 쏜살같이 물속으로 돌진하는데 물속으로 들어갈 때 파동을 거의 일으키지 않아서 사냥감이 눈치 채지 못합니다.

소리 없는 사냥꾼 부엉이
열차가 고속으로 주행하면 전기공급선과 전기를 공급받는 장치인 판토그래프 사이의 접촉이 나빠져 소음이 증가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 소음을 줄이기 위해 빗살형태의 부엉이 깃털모양을 차용하여 기존 신칸센의 판토그래프를 새롭게 설계하였습니다.

수리부엉이(Bubo bubo)
우리나라에 사는 올빼미류 중 가장 큰 야행성 맹금류입니다. 사냥감이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소리 내지 않고 날아가기 때문에 ‘침묵의 사냥꾼’이라는 별명이 있습니다. 부엉이의 날개 앞쪽 끝에 있는 빗살형태의 뻣뻣한 깃털은 날 때 소용돌이 기류가 생기는 것을 억제하여 소음을 줄여줍니다. 그리고 날개 뒤쪽 가장자리의 부드러운 솜털이 날갯짓 소리를 흡수해 바람의 소리를 줄여줍니다.

물살을 가르는 돌기의 비밀
에어컨은 시원하지만 소음이 나는 것이 문제입니다. 소음을 줄이기 위해 두 가지 방법이 시도되었습니다. 하나는 혹등고래 지느러미 돌기의 원리를 적용해 날개 앞쪽 표면에 혹을 만들고 두 번째로 날개 안쪽에는 가리비의 조가비처럼 홈을 낸 것입니다. 이렇게 하니 에어컨의 소음이 줄고, 소비전력도 10% 낮출 수 있었습니다. 혹과 홈이 낼개를 타고 흐르는 공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만들어 줬기 때문입니다. 이런 원리는 헬기의 회전날개, 풍력발전기 날개, 서핑 보드 등을 만드는 데에도 응용이 되고 있습니다.

왜 혹등고래와 가리비를 연구했을까요? 혹등고래의 지느러미 가장자리에는 울퉁불퉁한 돌기가 있는데, 이 돌기는 고래가 물속에서 이동할 때 일종의 물길을 만들어 이동 할 때 유리하게끔 물의 흐름을 형성해 줍니다. 조개껍질의 경우 표면에 세로 방향으로 겹겹이 있는 홈이 물속에서 이동시 물의 흐름을 이동 방향과 같게 만들어 재빠르게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이런 원리를 이용하여 실외기 날개에 돌기와 홈을 만들어 에어컨의 소음을 줄이고, 소비전력도 10%나 낮췄습니다. 원리는 헬리콥터의 회전날개, 풍력발전기 날개, 수영용 오리발 등을 만드는 데에도 이용되고 있습니다.

바다사자의 지느러미를 모방한 스텔스 잠수함 개발
바다사자는 다른 수중동물과 달리 커다란 앞지느러미로 추진력을 얻어 수영합니다. 3D프린터로 바다사자 로봇지느러미를 만들어 수중에서 강력한 추진력을 가진 스텔스 잠수함을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큰바다사자(Eumetopias jubatus)
큰바다사자는 세계적 보호종으로 국내에서 만나기 쉽지 않은 생물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독도, 울릉도 연안에 드물게 서식하며 바다사자류 중 가장 큽니다.

상어의 속도, 비밀은 비늘
올림픽 신기록 갱신의 숨은 주역인 전신수영복에는 상어비늘의 미세한 돌기의 마찰감소 원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이 돌기는 수영할 때 몸 주변에서 발생하는 소용돌이를 밀어내는 역할을 하여 최대 8%까지 마찰 저항을 줄임으로써 더 빠른 속력으로 헤엄칠 수 있도록 합니다.
이와 같은 상어 비늘원리는 공기나 물의 저항을 줄일 필요가 있는 자동차의 타이어, 잠수함, 비행기, 수영복 등 다양한 용도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서울대 최해천(기계항공 우주공학과) 교수는 인공 상어 비늘을 비행기의 표면에 붙이면 최대 8%까지 공기 저항을 줄이고 이로 인하여 연료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까치상어(Triakis scyllium)
까치상어는 등 쪽에 약 10줄 정도의 진한 갈색의 두툼한 띠가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제주도 연안에 서식하고 보통 알을 낳는 어류와는 달리 새끼를 낳습니다. 온순하여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느림보 거북이의 반전매력
장수거북은 현존하는 바다거북류 중 가장 크고 빠른 거북입니다. 장수거북 등껍질에는 세로로 긴 등줄기가 있습니다. 서울대학교는 장수거북을 연구하여 실제 물속에서 저항이 32% 감소되는 것을 확인하였고, 이런 등줄기 같은 형태를 지닌 잠수함에 대한 특허를 등록하였습니다.

장수거북(Dermochelys coriacea schlegelii)
장수거북은 허파 외에도 아가미 같은 기관이 있어 심해까지 잠수할 수 있습니다. 또 앞발은 다른 바다거북보다 커서 멀리까지 헤엄칠 수 있습니다. 등갑은 부드러운 피부로 덮여 있습니다.

물속의 우사인볼트, 돛새치
등에 돛처럼 커다란 지느러미가 있는 돛새치는 무려 시속 108km나 되는 속력으로 물속을 헤엄칠 수 있습니다. 돛새치가 빠른 이유는 등과 배 그리고 가슴에 달려있는 3개의 지느러미 덕분입니다. 이 지느러미를 빠르게 움직여 강력한 추진력을 만들고 넓은 v자 모양의 꼬리지느러미가 마찰력을 줄여서 적은 힘으로도 멀리 헤엄칠 수 있습니다. 돛새치 비늘표면에도 뾰족한 돌기가 퍼져있어서 상어의 비늘처럼 저항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현재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돛새치(Histiophorus orientalis)
돛새치는 등지느러미가 크고 길어 돛을 단 것 같고 몸에 짙은 푸른색의 고운 반점이 있습니다. 몸은 방추형이며 위턱은 아래턱의 2배 이상으로 길게 튀어나왔습니다. 돛새치는 이 긴 위턱으로 대규모 무리를 지어 다니는 물고기들을 흐트러트려 사냥하는데 사용합니다. 정어리 떼를 몇 시간이고 끈질기게 따라다니며 부리로 후려쳐 부상을 입어 낙오되는 물고기를 잡아먹기도 합니다.

떼를 지어 살아가기
개미나 꿀벌, 물고기, 새 등은 떼를 지어 살아갑니다. 한 마리의 개체 보다 여럿이 모여 외부의 공격에 함께 방어 하고, 협동하여 멋진 집도 만들어 냅니다. 이처럼 한 개체는 가지고 있지 않지만 함께 모여 있을 때 복잡한 행동을 할 수 있는 지능을 ‘떼 지능(swarm intelligence)'이라고 합니다.

동물의 떼 지능은 소프트웨어 개발에 이용됩니다.
개미 떼가 힘을 합쳐 무거운 먹이를 운반하는 행동방식을 본떠 여러 대의 로봇이 서로 힘을 합쳐 일을 처리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꿀벌 떼가 일을 분담하는 과정을 배워 공장에서 제품을 조립하는 과정을 더 효율적으로 바꾸는 소프트웨어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물고기나 새떼가 서로 부딪히지 않고 집단으로 움직이는 방법을 응용하면 수십 대의 드론을 충돌 없이 날릴 수 있습니다.

동물의 건축술
흰개미 집은 섭씨 1~40도로 일교차가 심한 아프리카 초원에서도 내부 온도는 30도를 유지합니다. 흰개미 집에는 수많은 구멍과 통로가 있습니다. 온도가 높아지면 내부의 더운 공기가 위로 밀려나가면서 아래쪽으로는 신선한 공기가 들어옵니다. 이런 원리를 착안하여 짐바브웨의 ‘이스트게이트센터’를 건축할 때 옥상에 통풍구멍을 내고 지표 아래에도 구멍을 뚫어 자연순환시킴으로써 냉방장치 없이 실내온도를 유지하도록 했습니다.

벌집의 구조는 육각형으로 빈틈이 없이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구조적으로 가볍고 견고합니다. 벌집의 육각형 구조는 건축구조, 비행기의 날개, 고속열차 KTX 앞부분의 고성능 충격 흡수장치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됩니다.

장수말벌(Vespa mandarina)
사회생활을 하며 다른 곤충을 잡아먹기도 하는 장수말벌은 나무껍질로 집을 짓고 집의 외벽의 아래쪽은 완전하게 싸여 있지 않습니다. 장수말벌의 집은 노봉방이라는 한약재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베짜기새는 긴 풀잎으로 베를 짜듯 집을 짓습니다. 마치 조롱박 같은 둥지는 입구가 아래에 있어 다른 천적이나 비를 피할 수 있습니다. 둥지가 아래로 늘어지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곡선을 보고 19세기 스페인의 건축가 가우디는 건축 구조설계의 영감을 얻었습니다. 아직도 건축중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곡선은 이렇게 만들어졌습니다.

베짜기새(ploceus philippinus)
무리를 지어 사는 습성이 있으며 집을 지을때도 높은 곳에 집단 둥지를 만들어 300개 정도의 둥우리를 틀어 삽니다. 거대한 둥지는 무게만 1톤이 넘는 것도 있습니다. 둥지를 이렇게 집단으로 살 수 있게 만들어서 천적으로 자신을 지키는데도 유리하고 추운 사막의 밤을 보낼 수 있습니다.

생물을 닮은 로봇

바다거북의 물갈퀴 움직임을 모방하여 심해 수중 로봇'유캣(U-CAT)'이 개발되었습니다. 유캣은 따로 움직이는 4개의 물갈퀴가 있어 앞뒤, 위아래로 헤엄칠 수 있고 자유자재로 회전할 수도 있습니다. 기존의 수중로봇들은 프로펠러를 이용하였으나, 유캣은 물갈퀴 추진기로 이동하므로 바닥에 쌓인 흙을 흩트리지 않아 시야가 흐려지는 것을 막을 수 있어 잠수부를 대신하여 난파선같은 밀폐된 공간을 탐사하는 데 적합합니다.

초록바다거북(Chelonia mydas)
초록바다거북은 바다거북과에 속하는 대형 거북입니다. 바다거북이 녹색으로 보이는 이유는 등딱지의 밑에 있는 지방질 때문이며 나이를 먹으면 등갑에 불규칙한 방사상의 갈색무늬가 나타납니다.

물위에 떠서 점프까지! 소금쟁이 로봇
소금쟁이는 가늘고 긴 다리로 점프를 하며 물 위를 이동합니다. 물과 소금쟁이 다리 털 사이에는 표면장력에 의해 미세한 공기방울이 생겨 물에 가라앉지 않고 물 위로 뛰어오를 수 있습니다. 이 원리를 본떠 서울대학교 연구팀에서 무게 0.068g, 높이 1cm의 소금쟁이 로봇을 개발했습니다. 이 로봇은 5cm의 다리 4개를 이용해 물 위에서 자기 몸의 14배를 뛰어오를 수 있습니다. 로봇은 작을수록 비용이 적게 들고 다양한 환경에서 활용할 수 있는데 소금쟁이 로봇들은 재해나 오염지역 탐색 등에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소금쟁이(Aquarius paludum)
소금쟁이의 4개의 발목 마디에는 잔털이 많아서 물 위에서 몸 앞쪽을 떠받치는 데 사용됩니다.

게처럼 움직이는 해저로봇 크랩스터
일반적으로 해저로봇은 프로펠러를 추진 수단으로 쓰는데, 조류가 강한 바다에서는 자세와 위치를 유지하기 힘든 단점이 있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에서는 게처럼 걸으면서 바다 속을 탐사하는 수중 로봇, 크랩스터를 개발하였습니다. 크랩스터는 6개의 다리를 이용해 마치 게나 가재처럼 바닥에 붙어 걷는 방법으로 해저를 탐사하기 때문에 바닷물의 흐름이 빠르고, 울퉁불퉁한 곳에서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크랩스터는 선박인양, 해저 유물 발굴 등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대게(Chionoecetes opilio)
몸통에서 뻗어나간 다리가 대나무처럼 생겨서 '대게'라고 부르며, 주로 깊이 120~350m의 진흙이나 모래자갈 바닥에 삽니다.

구조가 만드는 특별한 능력

소라껍데기의 단단한 비밀
소라껍데기는 탄산칼슘이 주성분으로 매우 단단합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분필도 탄산칼슘으로 만든 소라껍데기와 달리 잘 부서집니다. 왜 다를까요? 그 비밀은 소라껍데기의 나노 구조 때문입니다. 소라껍데기는 탄산칼슘 결정들이 90도로 교차하여 단단한 구조를 이룹니다. 또한 탄산칼슘 기둥 사이를 유연한 단백질이 채우고 있어 외부로부터의 충격에 강합니다.

놀라운 수중 부착력 홍합
홍합은 바위, 배 밑바닥 등 어디에나 잘 붙어 삽니다. 거센 파도가 자주 치는 바다에서 어떻게 잘 붙어 살 수 있을까요? 그 비밀은 바로, 수염처럼 보이는 홍합의 단백질 실 때문입니다. 홍합은 액체 상태의 단백질 실을 바위에 붙이고, 이 실은 시간이 지나면 단단히 굳어져, 거센 파도에도 홍합이 휩쓸리지 않도록 지켜줍니다. 홍합의 가는 수염 하나가 12.5kg이나 되는 물체를 들어 올릴 수 있습니다. 보통 10개 정도의 수염을 만들기 때문에 125kg의 물체까지도 들어 올릴 수 있습니다. 홍합 접착제는 자연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비교적 안전하고, 체액이 있는 (수분)환경에서도 접착이 잘 되기 때문에 수술 부위를 꿰맬 때 쓰는 실과 바늘 대신 사용 가능한 봉합 접착제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홍합접착제를 사용하면 수술 흉터도 덜 남고, 회복도 빨라질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홍합(Mytilus coruscus)
만조 때는 바닷물에 잠겼다가 간조 때는 드러나는 조간대에서 수심 20m 사이의 암초에 무리를 지어 서식한다. 접착성이 강한 단백질성 섬유 다발인 족사를 이용해 바위에 붙어 삽니다.

연잎이 젖지 않는 이유
연잎은 진흙탕 속에서도 더러워지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수생식물이 오염을 방지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는데 그 비밀은 잎 표면에 있는 나노크기의 무수한 작은 돌기 때문입니다. 연잎의 돌기는 물에 잘 젖지 않는 왁스 성분으로 덮여 있습니다. 이런 돌기 덕분에 물방울의 표면장력이 커져서 물방울이 아주 동그랗게 맺히고, 구르면서 연잎 표면의 오염물질을 씻어냅니다. 물에 젖지 않는 연잎의 능력을 이용한 특수페인트는 표면을 건조하게 유지해 주며 물 외에도 다른 액체들이 쉽게 떨어져 나가게 만듭니다.

착 달라붙는 능력, 우엉열매를 따라한 벨크로
스위스 발명가 ‘조지 드 메스트랄’은 애완견과 산책 중에 자신의 바지와 개의 털에 붙어있는 우엉 열매를 보고 벨크로를 발명하게 되었습니다. 벨크로는 우엉, 도꼬마리, 엉겅퀴 등 열매의 갈고리처럼 생긴 가시가 섬유에 붙어있는 모양을 관찰해 만들어졌는데, 한쪽 면에는 강력한 갈고리가, 다른 쪽 면에는 갈고리가 걸리는 원형 고리가 있습니다.

무중력의 상태인 우주에서 우주인들의 식판은 벨크로를 이용하여 고정한답고 합니다. 벨크로를 이용하여 우주식판을 재연하였습니다.

새파란 몰포나비의 날개에는 파란 색소가 없다고?
남미에 사는 몰포나비의 날개는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신비한 파란색을 지닙니다. 그 비밀은 날개비늘의 독특한 표면구조가 파란색 빛만을 반사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색소 없이도 나노미터 크기의 입자로 다양한 색을 만드는 것을 ‘구조색’이라고 하는데 곤충의 표면, 나비 날개, 식물 열매의 표면 등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일반 색소로는 결코 표현할 수 없는 구조색을 본떠 특수섬유개발, 지폐의 위조방지기술, 차세대 디스플레이 등에 응용하고 있습니다.

인류가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의 답을 생물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생물은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에서 오랜 시간동안 적응하면서 가장 최적화된 형태와 기술을 개발해왔기 때문입니다. 생물의 형태와 구조, 시스템을 본뜨면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친환경 기술을 얻을 수 있습니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 보다 나은 방향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우리는 생물의 소중함을 깨닫고 특별한 능력을 배우며 함께 사는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생물을 마주보고 깊이 관찰하면 그들이 지닌 비밀을 풀어낼 수 있습니다. 생물다양성의 보전과 생물자원에 대한 정보 확보를 통해서 생물로부터 다양한 기술을 배워 자연 친화적인 혁신을 이룰 수 있습니다. 우리가 미처 알아내지 못한 생물의 무한한 가능성을 찾는 것은 우리에게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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