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9. 18.

리본(Re:born) 파티

경기문화재단

2015 옆집에 사는 예술가 - 2. 김창환, 노동식, 배상욱

동천동 작업실의 마지막을 기억하며
이탈로 칼비노의 소설 <보이지 않는 도시들>은 마르코 폴로가 중국의 황제 쿠빌라이 칸에 게 자신이 방문했던 도시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그 도시 들은 실제 현실 속에 존재하는 도시들이 아니라 가상의 도시들이다. 칼비노가 보기에, 하나 의 도시에는 수많은 기억, 욕망, 기호 등이 얽혀있으며, 이를 해독하는 방식은 극히 다양하 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칼비노는 그 다양한 얽힘 들에 대해 묘사했다. 그러한 묘사는 더 이 상 도시라는 공간이 단순히 정적인 실체라기보다는 출현과 사라짐이 반복되는 불안정한 공 간으로서 존재함을 드러내고 있었다.

도시의 형태는 그 목록이 무한하다. 모든 형태가 자신의 도시를 찾고 새로운 도시들이 계속 탄생하게 될 때까지, 모든 형태의 변화가 끝나고 나면 도시의 종말이 시작된다.

이탈로 칼비노, 『보이지 않는 도시들』 중에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에서도 그 불안정성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거대한 아파트 단 지가 건설될 (심지어 이 글을 쓰고 있는 11월말 현재 건설공사가 한창인) 경기도 용인시 수 지구 동천동에 그 불안정한 움직임을 오롯이 겪고 있는 예술가들이 있었다. 김창환, 노동식, 배상욱 작가가 그들이다. 그들은 재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새로운 도시에 자리를 내주기 위해 사라지게 될 또 다른 도시, 두 번 다시 재건될 수 없을 과거형의 도시로서의 동천동 작업실을 기억하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7년 전 처음 이 작업실에 둥지를 틀었던 김창환 작가는 이곳이 그 당시 아주 절실했던 순간 에 자신에게 찾아온 보석 같은 기회였다고 회상했다. 만학도로서 미술대학을 다니던 시절 보일러수리공이나 건축공사현장 등을 전전하며 생계를 유지하느라 고된 하루하루를 보냈던 그에게 작업실이라는 공간은 삶에 대한 성찰을 가능케하는 유일한 공간이었음에 틀림없다. 그런 그는 작업실이 ‘인내의 공간’ 이라고 정의한다. 자신과의 싸움을 견뎌나가고 있는 작가 의 고통스럽지만 값진 시간들이 이 공간에 가득 차있었다.

동천동 작업실은 김창환, 노동식, 배상욱 작가가 함께 작업하는 공동 작업실이다. 요즘 청년 들 사이에서 쉐어 하우스가 성행하고 있다는 뉴스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그보다 훨씬 이전 에 미술계에는 협업, 공동 작업등의 작업 방식이 유행처럼 번지던 시절이 있었고, 어느 덧 그 러한 작업 방식은 안정적인 궤도에 이르러 지금은 지극히 익숙한 풍경이 되어 있다. 그리고 작업실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일 또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그럼에도 현대인들 은 여전히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며 함께 살아가는 것에는 서툴다. 동천동 작업실 곳곳에 는 그 함께 살아보기 위한 노력의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손으로 쓴 작업실 수칙이라는 낡은 종이가 입구에 붙어 공동 작업실의 매력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 작가 모두 함께 작업실을 사용하는 것에 분명히 장점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배상욱 작가는 혼자 작업할 때 매너리즘과 같은 어려운 순간들을 맞닥뜨렸을 때, 술 한잔기울여가며 고민을 풀어놓고 서로 도와줄 수 있는 뜻이 맞는 친구들이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이 작업을 함에 있어서 큰 위안이 된다고 했다. 사실 세 작가들은 모두 조각 을 주요 매체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되지만, 각각 철, 솜, 나무라는 판이한 재료들에 대 한 물성을 탐구해오고 있다. 서로가 다루는 물성에 대한 고민을 풀어내는 방식도 다르다보 니, 자신이 미처 풀지 못한 지점들에 대한 힌트를 서로에게서 얻기도 하며, 때로는 그저 불안 한 심경을 다독여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어준다고 했다. 이렇듯 작업실이라는 공간을 ‘공유’한다는 것은 단순히 함께 사는 것과는 다른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처음에 동천동 작업실에 대한 사연을 듣기 전까지는 한 장소가 완전히 새로운 장소로 탈바 꿈하는 상황에 대해 그리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사연을 듣고서 동천동을 처 음 찾았던 날, 낡디 낡은 곧 철거를 앞둔 각종 인근의 시설물들이 모두 애처로워 보였다. 그 리고 어느 날 신문지면에 동천동**아파트 대단지를 분양한다는 광고를 보는 순간, 아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구나를 실감할 수 있었다. 김창환 작가는 동천동의 교통이 사통팔달 편 리해서 워낙 잦은 전시와 미팅으로 외부 활동이 잦은 작가들에게는 아주 안성맞춤이었다고 아쉬워했다. 사실 이곳만큼이나 조용하면서도 월세가 저렴하고 교통까지 편리한 곳은 아마 수도권에서 다시 찾기 힘들 것 같다고 한다.

뭐, 어찌됐든 이제는 각자의 새로운 둥지를 찾아 나설 때가 되었고, 그날 저녁에는 동천동 작 업실과 멤버들의 다시-태어남(Re-born)을 응원하는 리본파티가 열렸다. 참여자들은 다양 했다. 평소에도 늘 작가들을 응원해주었던 지인들에서부터, 이곳에 처음 와보는 어린 학생 들과 일반 시민들, 그리고 몇 년 째 지내면서도 여전히 데면데면했던 이웃들까지 가세했다. 그리고 이미 담담하게 이 전환기를 받아들인 작가들은 동천동에 대한 아쉬움과 새로운 보금 자리에 대한 설렘과 기대를 담백하게 이야기했다. 그곳을 찾았던 모든 참여자들은 동천동에 대해 작가들이 들려주고 보여준 기억들을 공유하고 가능한 한 오랫동안 간직하기로 약속했 다. 그렇다고 해서 그 기억의 과정들을 가시화하기 위한 어떤 특별한 행사를 억지로 만들거 나 진행하지는 않았다. 사실, 그 기억들의 무게가 너무 무거웠던 탓에 그것들을 참여자들 각 자가 스스로 체화해내는 데만 해도 오랜 시간이 걸렸고 벅찬 표정들이었다. 한 장소에 대한 기억을 간직하는 방식은 다양하겠지만, 동천동 작업실은 딱 하루 저녁 다 같이 모여 모두의 눈에, 귀에, 그리고 마음에 작업실에 대한 기억을 조용히 묻어두기로 했다. 먼 훗날 우리가 기억 속의 동천동은 더 이상 실존하지 않는 곳일지라도, 분명 이곳에 자리했던 이들은 그곳 에 예술가들이 있었음을 증명해 줄 수 있으리라.

행사가 끝날 무렵 세 작가의 앞으로의 행보를 물어보았다. 김창환 작가는 경기도 양평에 새 로운 작업실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새로운 작업환경에 대한 약간의 두려움과 설렘이 교차 하는 표정이었다. 배상욱 작가는 김창환 작가의 새로운 작업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작은 작 업실을 하나 마련했다고 한다. 아마도 오랜 동지를 멀리 떠나보내지 못할 것 같았나보다. 이 들과 달리, 노동식 작가는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또 다른 공동 작업실에 입주하기로 결정했 다고 한다. 아마도 공동 작업실이 갖는 매력에 흠뻑 빠진 모양이다. 그리고 세 사람은 서로의 앞으로의 행보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음을 눈빛으로 전하고 있었다.

글_김나리(독립기획자/미술비평)

1.김창환

경원대학교 환경조각과 대학원 졸업 경원대학교 환경조각과 졸업

개인전

2013 철근전, 영은미술관, 광주, 경기 김창환초대전, 롯데갤러리 서울본점, 서울
2011 김창환초대전, 잠실롯데호텔, 서울 Swimming in SSamzigil, 쌈지길, 서울
유 영, 한전아트센터, 서울

기획전 및 단체전

2015 가평군이 반영된 설치미술, 자라섬, 가평 광화문 솜사탕전, 세종문화회관. 서울
2014 물–천진난만, 소마미술관, 서울
2013 fubon art foundation 초대전, 타이페이, 대만
평창비엔날레, 평창알펜시아 리조트, 평창
2011 금강자연비엔날레, 금강자연비엔날레전시관, 공주
외 다수

수상 및 레지던시

2013 영은미술관 레지던시
2009 대한민국 미술대전 최우수상 2001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외 다수 수상


2.노동식

경원대학교 대학원 환경조각과 졸업 경원대학교 환경조각과 졸업

단체전

2015 제3회 보네이도 아트 콜라보레이션-에코라운드, 가나인사아트센터, 서울 ART BUSAN, BEXCO 제 2전시장, 부산
아시아인의 향수 현대미술, X-COMA, 반포국제 아트구역, 시안, 중국
PSYCO-OBJETS 심리적 오브제, 우양미술관, 경주
2014 개인으로부터 정치(동아시아 국제교류전), 김해 문화의 전당 윤슬미술관, 김해
변신하는 아일랜드 1st, 넵스갤러리, 서울 무빙트리엔날레_메이드인부산, 부산항연안객터미널, 부산 From Now, 성남아트센터, 성남
브리즈 아트페어 2014, 네모갤러리, 서울
제1회 장애인창작아트페어, 문화역 서울 284, 서울

수상

2002 중앙미술대전 입선 2001 단원미술대전 특선 중앙미술대전 특선


3.배상욱

일본 타마미술대학원 조각과 석사 졸업 경원대학교 환경조각과 졸업

개인전

2004 Alchemy, 갤러리 청라(靑羅), 도쿄, 일본

단체전

2014 From Now展, 성남아트센터, 성남
2008 대한민국 청년비엔날레, 대구시립미술관, 대구
2007 Take out展, 갤러리 큐브, 서울
2007-08 한국 조각과협회전, 세종문화회관, 서울
2006 立体7人展, 갤러리52, 도쿄, 일본
2004-06 이과전(二科展), 동경국립미술관, 도쿄, 일본
2004 RunningWater展(한,중,일), 갤러리이화(梨花), 도쿄, 일본 2003 八王子시립미술관 개관기념 야외조각전, 도쿄, 일본 2002-03 나무와의 대화展, 성루카 병원, 도쿄, 일본

경기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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