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년 - 2013년

한국영화의 여성 스타

한국영상자료원

문예봉에서 김혜수까지, 한국영화사를 빛낸 여배우들에 대한 이야기

문예봉과 식민지시대 여성 스타

문예봉은 식민지시대 조선영화 최고의 스타였다. <임자 없는 나룻배>(이규환, 1932)와 <나그네>(이규환, 1937)에서 그가 연기한 가난한 농촌여성은 뭇남성들의 딸이나 누이, 또는 애인으로서 조선적 여인상의 원형이었다.

<미몽>(양주남, 1936)의 문예봉 . 기존의 이미지와 달리 이 영화에서는 남편과 아이를 버리고 집을 나온 여성으로 분해 소비와 퇴폐적 생활에 빠진 신여성의 전형을 보인다.
문예봉(1917~1999)
김소영(1914~?) 김소영은 식민지 말기 조선영화계를 대표하는 여배우. 청초하면서도 요염하고, ‘모던’하면서도 고전적인 양가적인 매력으로 인기를 끌었다.
김신재(1919~2003) 청초하고 단아한 매력으로 ‘만년소녀’라는 애칭과 함께 주로 현모양처 이미지를 보여주었다. 최인규 감독과 결혼한 후 1937년 <심청전>(안석영)으로 데뷔한 후 문예봉, 김소영과 함께 식민지 시대 트로이카를 형성했다.
<복지만리>(전창근, 1941)의 전옥(왼쪽)과 유계선(오른쪽)
<무정>(박기채, 1939)의 한은진

김정림과 1950년대 여성 스타

전후 한국에는 미국의 대중문화와 함께 미제 물품들이 밀려들어왔다. 미제 물품을 파는 양품점의 매니저가 된 교수 부인 오선영은 술과 담배, 연애, 춤바람에 휩쓸린다. 양품점과 댄스홀은 전후 사회를 상징하는 장소다. 

<자유부인>(한형모, 1956)의 김정림
<아름다운 악녀>(이강천, 1958)에서 10대의 소매치기 은미 역을 연기한 최지희
<내가 낳은 검둥이>(김한일, 1959)의 이민자(왼쪽)와 최지희(오른쪽)
<지옥화> (신상옥, 1958)에서 양공주 소냐 역을 연기한 최은희
한국의 ‘엘리자베스 테일러’로 불렸던 김지미
<시집가는 날>(이병일, 1956)의 조미령. 그녀는 서구적 삶의 방식이 스크린을 점령했던 이 시기에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

한국적인 미인의 대명사, 최은희

최은희(1928- )

경기도 성남 출생. 본명 최경순. 극단 아랑에서 연기를 시작했다. 1947년 <새로운 맹서>에 출연하며 영화배우로 데뷔했고 <마음의 고향>(윤용규, 1949), <동심초>(신상옥, 1959),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신상옥, 1961) 등에 출연했다. 1954년 영화 <코리아> 촬영 때 만난 감독 신상옥과 결혼하여 1960년대 ‘영화왕국’ 신필름을 일궜다. 1964년에는 <민며느리>를 감독하며 한국영화사상 세 번째 여성감독이 되었다.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신상옥, 1961)의 최은희. 어린 딸과 단둘이 사는 젊은 과부는 어느 날 하숙생으로 사랑방에 들어온 손님 때문에 마음이 설렌다. 봉건과 현대의 경계에서 윤리적 딜레마에 빠진 과부의 애잔한 사랑을 표현한 최은희의 모습은 오래도록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극단 아랑 시절의 최은희(오른쪽)
<백사부인>(신상옥, 1960)
<젊은 그들>(신상옥, 1955)에서는 남장여인으로 출연했다.
한복을 입고 쪽을 찐 최은희는 1960년대 대중이 가장 사랑한 이미지였다.
‘재건’의 구호가 온 사회를 뒤덮던 1960년대 초에 일하는 억척여성은 시대가 요구하는 여성상이었다. <쌀>(신상옥, 1963)의 최은희.
대학교수를 유혹하여 살림을 차리는 바 걸로 출연했던 <로맨스 그레이>(신상옥, 1964)

엄앵란과 1960년대 여배우 트로이카

<맨발의 청춘>(김기덕, 1964) 개봉 이후 주연 배우 신성일과 엄앵란은 최고의 청춘 스타가 된다. 청춘영화의 한 장이 열리는 동시에 본격적인 스크린 스타 탄생의 시작을 알린 셈이다. 엄앵란은 1960년대 초반 그러한 흐름의 중심에 놓인 가장 인기 있는 청춘 스타였다. 특히 ‘대학 출신’ 배우라는 타이틀이 더해져 톡톡 튀는 말투의 젊은 여대생이자 막내딸 이미지로 인기를 끌었으며 당대 가장 인기있는 남자 배우 신성일과 결혼하며 화제를 낳았다. 엄앵란 이후 배우 중심의 스타 산업은 활황을 이어가 문희, 남정임, 윤정희가 1960년대 여배우 트로이카를 형성하며 바야흐로 배우 전성 시대가 활짝 열리게 된다. 

<하녀>(김기영, 1960)의 엄앵란
<맨발의 청춘>의 신성일과 엄앵란
1960년대 트로이카(문희, 남정임, 윤정희) 1960년대 문희, 남정임, 윤정희 세 여배우는 서로 다른 이미지로 ‘여배우 트로이카’ 시대를 열며 한국영화를 독식했다. 문희는 차분하고 정숙한 이미지, 남정임은 발랄하고 당찬 이미지, 윤정희는 여성스럽고 섹시한 이미지로 인기를 끌었다. 
문희
남정임
윤정희

이만희 감독의 페르소나, 문정숙

문정숙(1929-2000 )

평안북도 선천 출생. 섬세한 표정과 깊이 있는 심리 묘사로 1960년대 최고의 연기파 배우로 손꼽혔다. 극단 아랑에서 처음 연기를 시작한 후 <생명>(이강천, 1958)으로 주연급 스타로 발돋움한 이후 <서울의 휴일>(이용민, 1956), <언니는 말괄량이>(한형모, 1961) 등에서 변화무쌍한 연기를 선보이다 1962년 이만희 감독의 <다이알 112를 돌려라>에 출연하며 이만희 감독과 인연을 맺는다. <마의 계단>(1964>, <검은 머리>(1964), <만추>(1966>, <귀로>(1967) 등에서 권태와 욕망, 불안, 신경증 등을 복합적으로 그려내며 이만희 감독의 페르소나이자 최고의 연기파 배우로 자리잡았다. 

촬영현장사진. 문정숙과 이만희 감독
<언니는 말괄량이>(1961)의 문정숙
<다이알 112를 돌려라>(1962)의 문정숙
<검은 머리>(1964)의 문정숙 <검은 머리>에서 갱 두목의 정부였다 창녀로 전락한 문정숙은 세상을 초월한 듯한 특유의 표정과 아우라로 갱으로 대표되는 남성 세계의 룰을 허물어뜨리는 저력을 보여준다

1970년대 여배우 트로이카

문희, 남정임, 윤정희 트로이카의 열풍을 이을 차세대 여배우 트로이카는 장미희, 유지인, 정윤희로 낙점되었다. 이들은 영화계 불황의 시기인 1970년대 후반에 등장해 1980년대까지 영화뿐 아니라 CF 스타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장미희는 김호선 감독의 <겨울여자>(1977)의 엄청난 흥행으로 스타덤에 오른다. 순수한 모습과 성적으로 개방된 모습이 혼재된 이미지로 인기를 끌었다. 정윤희는 한국영화사에 있어 가장 아름다운 여배우로 손꼽히는 배우로, 활동 당시 주로 한국 현대사와 남성 사회에 상처받은 희생자와 같은 연약하고 수동적인 이미지를 선보였다. 유지인은 중간층 계층의 지적인 이미지로 대중들에게 인지도를 높였다.

정윤희
<꽃순이를 아시나요>(정인엽, 1978)의 정윤희
<겨울여자>(1977)의 장미희
<피막>(이두용, 1980)의 유지인

1980년대 여배우 트로이카

1980년대는 정부의 3S 정책에 따라 영화계에서도 값싼 오락거리로 에로 영화들이 쏟아졌다. 1980년대 여배우 트로이카로 꼽히는 원미경, 이보희, 이미숙은 뒷골목 극장가를 휩쓸었던 에로 영화의 시대에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장본인들이었다. 이들은 토속 에로 영화뿐 아니라 1980년대를 대표하는 이두용, 이장호, 곽지균 감독 등의 작품에 출연하며 당대 최고의 흥행 배우로 그 입지를 다져갔다.

원미경은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이두용, 1983), <자녀목>(정진우, 1984) 등과 같은 시대물에서 가부장제 사회에 억압받는 전통적 여인상을 그려내며 고전적 아름다움을 선보였다. 이보희는 <바보선언>(이장호, 1983), <무릎과 무릎 사이>(이장호, 1984), <이장호의 외인구단>(이장호, 1986) 등의 영화에서 청순하고 요염한 이미지로 인기를 끌었다. 이미숙은 <고래사냥>(배창호, 1984), <겨울나그네>(곽지균, 1986), <뽕>(이두용, 1985) 등에서 청순하거나 드센 이미지의 서로 다른 색깔의 연기를 선보이며 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1983)의 원미경
<이장호의 외인구단>(1984)의 이보희
<고래사냥>(1984)의 이미숙

베니스의 여인, 강수연

봉건적 가부장제 사회를 그린 영화들에서 여성은 남성의 혈통을 잇기 위한 수단으로 그려진다. 이 영화들은 여성에게 정절과 아들 출산을 강요하는 비인간적인 관습이 여성에게 초래하는 비극을 보여준다. 그 안에서 여성들은 흔히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존재였다. 조선시대 양반가의 생활풍습을 섬세하고 아름답게 재현하는 이런 영화들은 1980년대에 해외의 영화제에 자주 출품되었고 종종 수상을 하기도 했다. 바로 그 중심에 <씨받이>(임권택, 1986)의 강수연이 있다. 아역배우 출신의 강수연은 1986년 <씨받이>로 베니스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한국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로 자리잡는다.

<씨받이>(임권택, 1986)의 강수연 

심혜진과 1990년대 신세대의 아이콘들

1990년대 이후 신세대 담론이 쏟아지고 일상 문화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영화계에도 젊은 감독과 새로운 감각을 지닌 배우들이 등장해 한국영화계의 활력을 더해주었다. 심혜진은 1992년 <결혼이야기>(김의석)에 출연해 한국 멜로드라마 주인공들의 신파성과 진부함을 일거에 날려버리고 신세대식 사랑법을 보여줬다. <결혼이야기>를 통해 구축된 심혜진의 솔직하고 당찬 이미지는 이후 심혜진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동시에 최진실, 고소영 등 젊은 배우들의 모범이 되었다. 최진실은 TV드라마 <질투>(1992)의 인기에 힘입어 <미스터 맘마>(강우석, 1992), <마누라 죽이기>(강우석, 1994) 등 강우석 감독의 코미디 영화에 출연해 톡톡 튀고 친근한 이미지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1990년대 최고의 청춘 영화였던<비트>(김성수, 1998)에 출연한 고소영은 이기적이며 반항적인 이미지로 당대 신여성 아이콘의 정점을 찍었다.

<결혼이야기>(1992)의 심혜진
<나의 사랑 나의 신부>(1990)의 최진실
<비트>(1998)의 고소영

전도연과 우리 시대 스타 여배우들

<밀양>의 전도연

 <밀양>(이창동, 2007)에서 아이를 유괴당한 엄마의 심리를 실감나게 연기했던 전도연은 2007년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1987년 강수연의 베니스영화제 수상 이후, 2002년 베니스영화제에서 신인배우상을 받은 문소리를 비롯해서 여러 여배우들이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했다. 

<밀양>(이창동, 2007)의 전도연
<8월의 크리스마스>(허진호, 1998)의 심은하
<공동경비구역 JSA>(박찬욱, 2000)의 이영애
<엽기적인 그녀>(곽재용, 2001)의 전지현
<소름>(윤종찬, 2001)의 장진영
<장화, 홍련>(김지운, 2003)의 임수정
<괴물>(봉준호, 2006)의 배두나
<타짜>(최동훈, 2006)의 김혜수
제공: 스토리

Curator — Park Hye-Young, Korean Film Archive
Publisher — Yoo Sungkwan, Korean Film Archive
English translation — Free Film Communic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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