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 2013년

세계영화제에서 주목받는 한국의 영화감독들

한국영상자료원

이창동, 홍상수, 김기덕,박찬욱,봉준호 김지운 그리고 문병곤
<시집가는 날>(이병일, 1956)

2012년 9월,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김기덕, 2012)가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베니스 국제 영화제의 최고상인 황금 사자상을 수상했다. 세계 영화제에서 주목받고 있는 동 세대의 감독들(홍상수, 박찬욱, 봉준호 등) 중에서 세계 3대 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한 최초의 감독이 되었으며 한국영화사로는 베니스 영화제에 참가한 지 41년 만의 쾌거를 이룩했다.

한국영화 역사상 국제 영화제에 최초로 출품된 영화는 제 7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출품된 이병일 감독의 <시집가는 날>(1956)이다. 이병일 감독은 1957년 아시아영화제에서 특별희극상을 수상하였고 <시집가는 날>은 시드니 영화제에서도 상영되었다. 1961년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 강대진 감독의 <마부>(1961)가 은곰상 특별상을 수상하며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수상한 첫 번째 한국감독이 되었다. 1981년 이두용 감독이 <피막>으로 베니스 영화제에서 특별상을 수상했고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1983)는 칸국제영화제에서 특별부문상을 수상했다.

본격적으로 세계 영화제에 한국영화와 한국감독이 알려지게 된 것은 1980년대부터이다. 임권택 감독이 <만다라>(1981)로 1982년 베를린 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되며 한국감독 최초로 경쟁부문에 공식초청을 받았으며 그 후 <씨받이>(1986), <아다다>(1987), <아제아제바라아제>(1989)가 몬트리올 국제영화제와 모스크바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한국영화를 알리는 데 선봉적인 존재가 되었다.

임권택

임권택 감독은 아시아 영화인 중에 최초로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공로상 격인 명예황금곰상(The Honorary Golden Bear) 을 수상했다. 임권택 감독은 “내 영화인생에서 가장 큰 상으로, 한국영화가 세계 수준에 왔음을 확인해 주는 것으로 본다”고 소감을 밝혔다. 당시까지 99편의 영화를 감독한 한국영화계의 거장으로서 세계에서도 인정받은 것이다. 현재 임권택 감독은 102번째 영화를 제작 중이다. 부산에는 현역 영화감독 최초로 임권택 영화박물관이 개관했다.

한국영상자료원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KMDb 에서는 임권택 감독의 전작을 돌아보는 전문칼럼 [임권택x101;정성일, 임권택을 새로 쓰다]가 연재되고있다.

2005년 베를린 국제영화제 명예황금곰상 트로피를 들고 있는 임권택 감독
칸 국제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임권택 감독

이창동

이창동 감독은 1987년까지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쳤고 신춘문예에서 당선되어 소설가로 10여 년간 활동하였다. 그는 1933년 박광수 감독의 <그 섬에 가고 싶다>의 연출부와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하면서 영화계에 입문하게 되었다. 이후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박광수, 1995)의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하였으며 1996년, 명계남과 문성근, 여균동 등과 함께 이스트필름을 창립하였고 창립작품으로 직접 시나리오를 쓴 영화 <초록물고기>(1997) 로 감독데뷔를 하였다. <초록물고기>는 백상예술대상에서 시나리오상을 수상하였으며 밴쿠버국제영화제에서 용호상을 수상하며 신인감독 이창동을 해외에 알렸다. 

이창동 감독은 감독이 되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돌이켜보면 그 모든 것이 운명이었던 것 같다. 나는 작은 마을에서 자랐지만, 형 덕분에 연극을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연극은 나에게 매우 친밀했다. 집안이 넉넉하지 못해 포기해야 했지만, 어린 시절 그림 그리는 매우 좋아하기도 했다. 이후 내 삶은 계속 떠돌았지만, 결국은 그 과정도 모두 운명이었을지 모른다.”

1999년 이창동 감독의 두 번째 영화 <박하사탕>은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소개되었으며 2000년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 받았다. 

이창동 감독의 세 번째 영화 <오아시스>(2002)는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과 최우수 감독상을 받으며 국내외의 호평을 받았고 2003년에는 현역 영화감독 최초로 문화부 장관을 역임했다.

전과 3범의 사회 부적응자와 뇌성마비 장애여성의 연애를 그린 <오아시스>(2002) 는 이창동 감독의 특징처럼, 멜로드라마 장르영화의 양식과 서사를 따르고 있지만, 장르가 주는 쾌락의 법칙을 따르고 있지는 않다. 2002년 제59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여우신인상과 젊은 비평가 상을 수상했다.

문화부 장관 역임 이후 <밀양>(2007), <시>(2010)를 감독했으며 프랑스로 입양된 한국 아이의 이야기를 다루는 감독의 자전적인 영화 <여행자>(우니 르콩트, 2009) 에 제작자로 참여했다.

장관임기를 마친 후 첫 작품인 <밀양>은 2007년 칸 국제 영화제에 공식 초청을 받았다. 이 영화의 여주인공인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이미 해외에서 잘 알려진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인 박찬욱, 김기덕 감독의 폭력적이고 성에 대한 노골적인 묘사 등 충격적이고 파격적인 스타일의 영화들과 달리 이창동 감독의 영화는 은은하고 잔잔하며 문학적이다. 그것은 아마 그가 소설가 출신이기 때문일 것이다.

63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이창동 감독
2007년 제 60회 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밀양>의 전도연.
<밀양>(2007) 예고편

2009년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참가 했던 이창동 감독은 2010년 제 63회 칸국제영화제에 경쟁부문에 오른 그의 다섯 번째 영화인 <시>로 각본상을 수상했다.

<시>는 손자와 함께사는 노년의 평범한 할머니를 주인공으로 손자의 성폭력사건, 알츠하이머 등의 이야기를 시를 배우고 쓰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서정적으로 그리는 영화이다. 

60년대 여배우 트로이카의 주역이었던 윤정희는 <시>로 16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으며 칸국제영화제에 여우주연상 후보로 올랐다.

칸국제영화제 각본상 수상 후 뉴욕타임스에서는 <시>의 여주인공 윤정희를 아트섹션 톱으로 장식했고, <시>를 집중 소개했다.

<시>(2010) 예고편

홍상수

칸이 사랑하는 한국의 감독 , 홍상수 감독은 한국에서 흔히 ‘칸의 남자’ 라고 불린다.

두 번째 작품인 <강원도의 힘>(1998)은 1988년 칸 국제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특별언급상을 수상했다.

2000년 에는 <오! 수정>이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되었고 2004년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다음 해의 <극장전>은 경쟁부문에 올랐다. 2009년 에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로 비공식 부문인 감독주간에 초청되었다.

2010년 <하하하>로 주목할 만한 시선 대상을 수상하며 임권택, 박찬욱에 이어 칸 영화제에서 수상한 감독이 되었다. 이후<북촌방향>(2011), <다른 나라에서>(2011)가 연속으로 초청되었다.

한국감독 중 작품의 과반수 이상이 초청된 감독은 현재까지 홍상수 감독 뿐이며 가히 ‘칸의 남자’라고 불릴 만 하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1996) 영화 보기

홍상수 감독의 데뷔작

평단의 말을 빌리자면 그는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 감독이었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1996)은 홍상수 감독의 영화 중 유일하게 각본을 스스로 쓰지 않은 영화이다.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에서 타이거상을 수상했으며  밴쿠버영화제 용호상을 수상했다. 

홍상수 감독은 다작 감독으로 유명하다.

그는 1996년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로 데뷔하여 현재까지 15편의 영화를 감독했다. 박찬욱과 홍상수는 한국영화가 제작되는 환경상 영화제작에 관해 온전히 감독이 컨트롤 할 수 없는 환경에서 몇 안 되는 영화작가 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박찬욱이 자신의 작가론을 내세우며 상업적으로 흥행하려는 것과 달리 홍상수는 데뷔작인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을 제외하고는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영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보고 난 관객들은 그의 불친절함과 낯섦에 당황해 한다. 그는 일종의 약속인 장르영화의 습관을 거부한다.

홍상수 감독의 인터뷰를 보면, 그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통념’을 깨는 이야기, 익숙한 것을 피하는 것이 그의 영화를 이루고 있는 것임을 알 수 있다.

2010년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대상 <하하하>

홍상수 감독의 영화의 특징은 남자, 여자, 침대, 술이라는 욕망의 4원소로 이루어져 있으며 기존에 없는 새로운 영화 언어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홍상수 감독은 에릭 로메르, 루이스 부뉴엘과 자주 비교된다. 

“제가 (영화라는) 아이를 낳았는데, 무대 위에 세워야 하는 거죠. 어떤 부모는 아이에게 예쁜 옷도 입히고, 말투도 교정시키고, 사람들이 귀여워할 만한 행동도 가르쳐요. 저는 아이가 그냥 속 편하게 크길 바라니까, 밖에서 놀다가 올라가서 그냥 네가 생각나는 대로 얘기하고 내려오라고 그러고요. 그러면 관객들은, 말도 잘하고 귀여움도 잘 떠는 아이를 더 좋아할 수도 있겠죠. 제 아이를 보면서는 ‘쟤 너무 준비를 안 한 것 같아. 부모가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니야?’ 그럴 수도 있는 거고요.(웃음) 하지만 저는 그 아이가 스스로 크게 맡겨놓는다는 거죠. 그런 차이가 조금 있는 것 같아요.” -네이버캐스트 영화인 홍상수 인터뷰

<옥희의 영화>(2009) 

옴니버스 영화<옥희의 영화>(2009) 에서 4편째 영화의 크레딧에 배우의 이름을 한 번씩 비춘 후 다시 비추는 이유를 묻는 인터뷰에 홍상수 감독은 이렇게 대답했다. “편집하고 보니 장편이 되기에 약간 시간이 모자라서 그랬다. “

이러한 홍상수 감독의 인터뷰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많은 사람들은 그의 영화에 대해 친절한 설명을 요구하지만 대부분의 많은 걸작 영화들이 그렇듯 홍상수의 영화는 무언가를 의도 한 바가 아닌 우연의 혹은 순간적 선택의 결과이다. 

홍상수 감독 스스로 “자신의 영화를 본 관객 스스로가 받아들이기 나름”이라고 이야기 했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좋겠다” 라고 말했다.

그것이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낯설지만 흥미로운 이유일 것이다.

홍상수 감독의 작업 스타일은 잘 알려진 대로 배우들에게 촬영 당일 최종 시나리오를 나눠준다는 것이다. <북촌방향>(2011)같은 경우도 영화를 흑백으로 찍고자 의도한 것이 아니고, 당일 흑백으로 할지 컬러로 할지 결정했다고 한다. 대략적인 스토리 혹은 출연자를 미리 결정해 놓은 후 촬영 당일이 되어서야 작업하는 스타일 때문에, 그의 영화에는 익숙한 얼굴들이 자주 등장한다. 김상경, 유지태, 문성근, 정유미, 문소리 등이 그러하다.

홍상수 감독은 주변 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이야기, 캐릭터로부터 자신의 영화가 출발한다고 한다.선-후배, 영화감독, 소설가가 자주 등장하는 것이 그러한 이유이다.

<북촌방향>(2011)

<다른 나라에서>(2011)는 세계 3대영화제의 여우주연상을 모두 수상한 프랑스 여배우 이자벨 위페르의 출연으로 세계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65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공식 초청을 받으며 8번째 칸영화제 진출작이 되었다. 이자벨 위페르가 1인 3역으로 연기한 안느를 중심으로 세 편의 다른 이야기로 구성되어있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는 남녀관계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데 한번도 미혼 남녀의 사랑을 그린 적이 없다. 인터뷰에서 언젠가는 싱글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찍어 보고 싶다고 밝혔는데, 최신작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2012)도 역시 가정과 아이가 있는 남자와 대학생 해원의 사랑이야기 인걸 보아 홍상수 감독이 이야기하는 싱글 남녀의 연애 이야기는 조금 더 기다려 보는 것이 좋겠다. 

김기덕

한국 내에서 김기덕 감독의 이미지는 한국영화계의 이단아, 아웃사이더였고 국내에서는 혹평, 국외에서 찬사받는 감독이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2003)으로 대종상영화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고서야 비로소 국내에서도 인정받는 감독이 되었다. 이탈리아 영화평론가인 안드레아 벨라비타는 김기덕 감독의 어린 시절과 성장배경을 알지 못하고서는 김기덕 감독과 그의 작품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했다.

김기덕 감독은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기독교 집안에서 자라났다. 아버지는 상이군인이었고 어머니는 맹인이었다. 김기덕 감독은 동세대의 다른 감독과는 다르게 학문과는 거리가 먼 환경에서 자랐다. 스무 살에는 해병대에 입대하여 스물다섯까지 군 생활을 했다. 군대에서 제대한 후에는 기독교 맹인 봉사 단체에서 2년을 보냈다. 그렇기 때문에 ‘군대’와 ‘종교’는 그의 영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 1990년 모아둔 돈으로 화가가 되기 위해 무작정 파리로 떠났고 3년간 체류했다. 

<악어>(1996)

1993년 귀국한 김기덕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고 <화가와 사형수>로 작가협회 창작상 대상을 수상했다. 다음 해는 <이중 노출>로 영화진흥위원회가 주관한 시나리오 공모에서 3위를 차지했다. 1995년 <무단횡단>으로 영화진흥공사 시나리오 공모 대상을 수상했다. 1996년에는 <악어>로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에 데뷔했다.

“「악어」는 리얼리즘과 판타지가 부정교합한 영화다. 또한 멜로드라마와 구원의 서사가 부정교합한 영화다. 아이러니를 빚어내는 열린구조의 열쇠, 혼돈 자체를 미학화 하려는 감독의 야심이 느껴진다. (중략) 김기덕 영화의 고유성이자 힘이다.” –『세속적 양화 세속적 비평』 (강, 2010) 김기덕 「 악어 」 중에서- 

2004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여고생의 원조교제 이야기를 그린 <사마리아>로 감독상을 수상했다. 다음 해에는 <빈 집>으로 61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며 연속 세계 3대 영화제 중에서 2개 영화제의 감독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그러나 2006년 영화 <시간>의 시사회 자리에서 한국 영화관객 수준에 관한 이야기와 100분 토론에서의 극단적인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저예산 영화에 대한 열악한 환경에 그는 앞으로 한국에서 자신의 작품을 개봉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었다.

<사마리아>(2003)

2008년, 일본의 스타배우 오다기리 죠와 한국 이나영의 공동출연으로 화제가 된 <비몽>.

개봉 당시 한국관객들은 여전히 그에게 차가웠으며, 평단의 반응도 좋지 않았다. 그리고 여배우인 이나영이 영화에서 목매는 신을 촬영하다 목숨을 잃을 뻔한 아찔한 사고를 겪게 되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그러나 두 스타 배우의 공동출연과 김기덕 감독의 색감이 뛰어난 작품이다.

<아리랑>(2011)은 2008년 영화 <비몽>을 찍으며 자신의 연출 욕심으로 인해 일어난 끔찍한 사건과 믿었던 제자가 메이저 영화사로 떠난 후 속세와 떨어져 어느 시골 산속에서 칩거하여 자급자족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담아낸 셀프 다큐멘터리이다.

3년 만의 공백을 깨고 자기 고백적인 다큐멘터리로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대상을 수상했다. 영화제작에 대한 회의감과 인간적인 고독을 느끼던 그에게 의미가 큰 수상이었을 것이며, 베니스와 베를린에 이어 칸 국제 영화에서도 인정받은 감독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수상이다.

<피에타>(2012)

저예산 비주류 영화를 꾸준히 만들어 온 김기덕 감독은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피에타>(2012)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Leone d'Oro)을 수상했다. 본상 발표 전날에는 젊은 비평가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세계의 3대 영화제에서 경쟁부문 최고상을 수상한 것은 한국영화사상 처음이기 때문에 한국영화계에 큰 획을 그은 기념비적인 일이다.

<피에타>(2012)의 수상 이후 한국에는 다양성 영화를 상영할 수 있도록 하자는 소위 ‘피에타 법’이 발의되기도 했으며, 다양성영화관 개관 등 저예산, 예술 영화의 상영될 수 있도록 하려는 움직임이 확산 되었다. 

박찬욱

한국의 쿠엔틴 타란티노, B급 무비의 대가. 박찬욱 감독은 2004년 칸 국제 영화제에서 <올드보이>(2003)가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며 해외 영화계에서 유명해졌다. 당시 심사위원장이었던 쿠엔틴 타란티노의 극찬을 받았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이다.

학생 시절부터 영화광으로 유명한 그는 1980년대 연출부 시절을 보낸 후 잠시 현장을 떠나 영화사 기획실에서 일을 했다. 90년대 초 대기업들의 영화산업 진출에 맞물려 <달은…해가 꾸는 꿈>(1992)이라는 영화로 감독데뷔를 하게 된다. 하지만 상업적으로 흥행 하지 못했다. 그 후 5년간 박찬욱 감독은 평론가로써 활동한다. 영화평론가에서 감독으로 데뷔 하는 것이 아닌, 감독으로 먼저 데뷔 한 후 영화평론가 활동을 하는 것은 매우 드문 케이스였다.

“그는 파멸의 스펙터클을 찍어 상업 영화로 생존하려는 기이한 예술적 야심의 소유자다. …중략… 중요한 것은 엄청난 용량으로 화면에 저장된 파괴적인 에너지와 그걸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응시하는 카메라의 시선에서 배어나오는 블랙 유머 감각이다. 박찬욱의 상상력의 핵심인, 현실의 부조리를 포착하는 시선은 그의 영화의 플롯에서 인과성을 배제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 한국의 영화감독 7인을 말하다』(본북스,2008) 김영진

<공동경비구역 jsa>(2000)는 남한에서 오랫동안 금기시 된 소재를 대중적으로 뛰어난 방식의 화술로 풀어내며 기존의 박찬욱 감독의 편견을 없애주었다.

2001년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었으며, 도빌아시아 영화제 대상과 시애틀 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했다. 이병헌을 일약 스타덤에 올려 놓은 영화이기도 하다.

<복수는 나의 것>(2002)

박찬욱 감독의 B급 무비에 대한 취향과 재능이 합해진 <복수는 나의 것>(2002)은 동료감독들과 평론가들에게 열광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오로지 ‘복수’ 만을 위한 처절한 두 남자의 이야기이자 그의 복수 3부작 시리즈의 첫 작품이다.

박찬욱 감독은 자신의 B급 무비에 대한 애정을 줄곧 드러내 왔는데, 박찬욱 감독의 B급 영화 취향은 이훈 감독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평단의 호평을 받았지만 흥행은 실패했던 <복수는 나의 것>과 달리 <올드보이>가 의외의 상업적 흥행을 거둘 뿐만 아니라 2004년 칸 국제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다. 이후 한국에서 박찬욱 감독은 흥행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가진 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스필버그 감독과 윌 스미스가 할리우드 리메이크를 한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스파이크 리 감독이 연출을 맡게 되었다.

최민식 역은 조슈 브롤린이 맡았으며 상대역은 샬토 코플리, 히로인 강혜정 역은 엘리자벨스 올슨이 연기한다.

2005년 탑스타 이영애가 주연을 맡아 화재가 되었던 <친절한 금자씨>는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와 함께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 시리즈로 불린다. <올드보이>가 오이디푸스 신화에 적합했다면, <친절한 금자씨>는 메데이아를 떠올리게 한다.

여주인공을 연기했던 이영애는 기존의 청순하고 깨끗한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며 큰 화제를 낳았고 그녀의 대사 “너나 잘 하세요.” 는 각종 패러디에 인용되며 유행되었다. 

제 62회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

2009년 박찬욱 감독은 영화<박쥐>로 다시 한번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Jury Prize Ex-aequo)을 수상했다. <올드보이>를 이은 두번 째 칸 영화제 수상이었다. 생에 한 번 초청받기도 어려운 국제적인 칸국제영화제에 두 번 초청받은 것은 물론 초청받은 작품 모두 본선 수상을 했다는 의의가 있으며 이 이후 박찬욱 감독의 국내,외에서의 영향력은 더욱 확고해졌다.

흡혈귀가 된 신부가 친구의 아내와 치명적인 사랑에 빠지며 전개 되는 이 영화는 파격적인 스토리와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뱀파이어를 그려내고 있다. 뱀파이어를 주인공으로 그리고 있지만, 기존의 흡혈귀 영화의 장르적 규칙에 무관심 한 이 영화에는 박찬욱 감독의 B급 감성과 뛰어난 스토리텔링과 특유의 비틀기가 집약되어있다. 

영화 <스토커>(2013)는 박찬욱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쓰지 않은 유일한 영화이며 할리우드 진출작이다.

초반에는 조디 포스터와 케리 멀리건이 캐스팅 된다는 소문이 있었으나 최종적으로 니콜 키드먼과 미아 와시코브스카가 주연을 맡았다.

리들리 스콧과 故 토니 스콧 형제가 제작을 맡았으며, <프리즌 브레이크>의 주인공 웬트워스 밀러가 시나리오를 쓰고 <블랙 스완>(2010)의 클린트 멘셀이 음악 감독을 맡았다.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박쥐>의 정정훈 촬영감독이 다시 한번 박찬욱 감독과 호흡을 맞췄다.

기호와 상징성으로 가득한 <스토커>는 아빠가 죽고 삼촌이 찾아온다는 설정에서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의혹의 그림자>(1943)와 기본 플롯이 닮아있다.

박찬욱 감독과 <스토커>의 주연배우들

박찬욱 감독은 자신의 영화에 대해서 “명확한 목표를 가진 등장인물을 따라가지만 목표 지점에 도달했을 때 엉뚱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 등장인물의 혼란과 딜레마를 그리는 것” 이라고 스스로 정의했다.

-『 한국의 영화감독 7인을 말하다』(본북스,2008) 김영진의 평론 중에서

<스토커>(2013) 예고편

봉준호

봉준호 감독은 2000년 <플란다스의 개> 로 데뷔했다. 흥행 면에서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았다. 

3년 후 실화인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을 소재로 만든 두 번째 영화  <살인의 추억>(2003)으로 돌아온 그는 대대적인 흥행성공을 했고 평단과 영화관객에게 이름을 인지시켰다. 

봉준호 감독의 세 번째 영화인 <괴물>(2006)은 현재까지 국내 최다 관객을 동원한 한국영화이며,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준 영화였다. 

유럽의 3대 영화제에서 수상경력은 없지만, 옴니버스 영화 <도쿄!>(2007)로 레오 카락스, 미셸 공드리와 같은 세계적인 거장 감독과 함께 61회 칸 국제영화제의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되었다. 2009년 <마더>는 비공식부문에 초청되어 많은 관심을 받았으며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한국의 감독이다.

“영화에서 간지나는 화면 같은 것을 싫어하고 폼 잡는 것도 싫어하죠. 그게 카메라 앵글이든, 배우든 말이에요.”

-『이동진의 부메랑 인터뷰 그 영화의 비밀』(예담,2009)중에서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2000)의 콘티

봉준호 감독은 콘티를 세심하게 그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어린 시절부터 만화를 즐겨봤던 그는 학생시절에는 돈을 받고 만화를 그려줄 정도였으며, 콘티를 그릴 때 만화가가 된 것 같다고 느낄 정도로 애착을 갖는다고 한다.

<괴물>은 2006년 여름에 개봉한 이후 상영 9일 만에 500만 명, 21일 만에 1,000만 명을 돌파하고 최종 관객수 1,301만 명을 기록하며 2013년 현재까지 역대 한국영화 흥행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과 미국에도 수출되었고, 미국에서는 5개월간 장기 상영이 되며 200만 달러가 넘는 흥행 수익을 거두었다.

홍콩에서 주최된 2007년 제1회 아시아필름어워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고 국내에서 대한민국영화대상, 청룡영화상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대종상에서는 감독상을 수상했다. 칸국제영화제의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되어 소개되기도 했다. 겉으로는 괴수영화라는 장르영화를 표방하고 있지만, 전형적인 괴수영화의 장르관습을 따르고 있지 않다.

이것은 전 작인 <살인의 추억>(2003)에서도 추리물이라는 기존의 장르영화를 비틀어 그려냈던 봉준호 감독의 특징이다. 그는 장르의 규제와 장르의 고정관념을 깨고 싶다고 인터뷰에서 줄곧 밝혀 왔다.

혜자가 자신의 허벅지에 침을 놓고 관광버스의 아줌마 무리에 섞여 춤을 추며 엔딩 까지 이어지는 약 3분간의 시퀀스는 봉준호 감독이 반년 간 준비한 결과물이다. CG를 사용하지 않고 해가 수평으로 관통하여 모든 인물이 한 덩어리로 보이도록 표현 하기 위해 남북방향으로 뻗어있는 도로에서 해가 질 무렵 20-30분 안에 촬영을 마쳐야만 했다. 흔들리는 차의 움직임과 날씨까지 완벽하게 맞아 떨어진 이 시퀀스는 배경음악과 함께 어우러져 비장미를 극대화 시키며 영화를 마무리 한다.

2009년 <마더>는 칸 국제영화제 비공식부문에 초청되어 많은 관심을 받았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들 중 가장 어두운 영화이며 수사, 추리극이라는 설정에서 <살인의 추억>과 닮아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미남 스타 원빈을 어리숙한 바보캐릭터로 연기하게 만들었다는 것이 가장 큰 화제였으며 한국을 대표하는 ‘국민 엄마’ 김혜자로부터 출발하여 바치는 영화이다.

<마더> 이전의 영화들에서 봉준호 감독은 한국 사회의 문제점에 대해 직접적으로 거론하는 내용을 영화 속에서 그렸지만, <마더>는 철저하게 엄마와 아들의 관계를 둘러싼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설국열차> 베를린국제영화제 공식포스터

<설국열차>는 봉준호 감독의 첫 해외진출작이며 제작비 약 400억이 투입된 대규모 프로젝트이다. 프랑스의 SF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으며 총괄 프로듀서로 박찬욱 감독이 나섰다. 송강호를 비롯한 크리스 에반스, 옥타비아 스펜스, 틸다 스윈튼, 제이미 벨이 출연한다.

“제가 보여주고 싶은 건 규모가 그 자체라거나 외국 배우들을 캐스팅했다는 사실이 아니에요. 얼어붙은 땅을 달리는 기차나 스토리가 주는 정서 같은 것, 인간들의 처절한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은 거죠.

<설국열차>에서는 물리적이고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주고 싶어요. 기차를 실제로 만들어서 남극이나 북극 같은 곳에서 실제로 스태프들이 추위에 떨며 찍은 것 같은 느낌이 아니면 곤란할 것 같아요.” 라는 그의 인터뷰에서 볼 때 <설국열차>를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설국열차>(2013) 예고편

김지운

1998년 <조용한 가족>으로 데뷔한 김지운 감독은 블랙코미디,느와르, 액션, 공포, 서부극, 하드코어 영화까지 그의 필모그래피는 다양한 장르를 보이고 있다.

현재 활동 중인 감독 중 가장 다양한 장르에 시도했으며, 평단과 대중의 신뢰를 얻은 감독 중 한 명이다.

데뷔작과 <반칙왕>(2000)으로 국내에서 유명세를 얻은 후 공포영화인 <장화, 홍련>(2002)으로 본격적으로 해외에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누아르 영화 <달콤한 인생>(2005)은 이병헌이 주인공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한국형 서부극 <좋은 놈,나쁜 놈,이상한 놈>(2008)은 각각 정우성, 이병헌, 송강호 가 역할을 맡았고 김지운 감독의 최고 흥행작이자 대표작이 되었다. 상업영화로는 최초로 제한가상영 등급을 받은 <악마를 보았다>(2010)는 개봉 당시 큰 화제가 되었다.

김지운 감독 데뷔작 <조용한 가족>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주연을 맡은 <라스트 스탠드>(2013)는 김지운 감독의 할리우드 데뷔작이며 비슷한 시기에 역시 할리우드에서 작업을 하고 개봉을 앞둔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와 함께 기대를 모았다.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 포스터
할리우드 리메이크판 <The Uninvited>의 포스터 

장화와 홍련 자매 이야기는 한국의 고전 소설로써 한국영화사에서 두 번째로 영화로 만들어진 이야기 이다.

고전소설 「장화 홍련」을 모티브로 매혹적인 공포영화로 재탄생한 <장화,홍련>(2002)은 개봉당시 공포와 영화 작품성을 갖춘 영화로 불리며 큰 흥행을 거두었으며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 판권을 구매하는 등 세계적으로 관심을 얻은 영화였다. 또한 미장센과 영화음악이 특히 돋보이는 김지운 감독 영화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영화이다. 

김지운 감독의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2008) 개봉 후 한국형 서부극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렇지만 정작 김지운 감독은 인터뷰에서 철저한 오락영화를 목적으로 제작했다고 밝혔다. 넓은 벌판에서 장총을 돌리며 질주하는 정우성의 말 타는 씬은 촬영하면서 가장 위험했던 장면이었던 것으로 유명하다. 운동감을 생생히 담아내기 위해 촬영감독이 직접 배우들과 직접 달리면서 촬영하는 등, 최고의 스피드감과 오락영화를 만들어 내는 것을 목적으로 했으니 즐겨달라는 감독의 의도를 느낄 수 있다.

문병곤

문병곤 감독은 예년과 다르게 장편 경쟁부문에 한 작품도 초청받지 못해 아무도 기대 하지 않았던 2013년 칸국제영화제에서 단편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30살의 젊은 감독은 13분이라는 짧은 시간으로 세계 영화계에 이름을 알렸다. 이미 2011년 졸업작품인 <불멸의 사나이>로 칸 영화제 비평자주간에 초청 되었던 그는 인정받을 만한 자질이 충분한 가능성을 가진 감독임에 틀림없다.

열악한 제작환경과 부족한 예산으로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컷 수를 줄이고 효과음에 집중한 것이 영화의 스릴러적인 느낌을 부각시키는 작용을 했다.

한정된 공간에서의 반복되는 시퀀스와 음향효과는 관객의 영화로의 몰입을 유도하고 짧은 추격 후 여자주인공의 외마디 비명소리로 끝나는 엔딩신에서 그 스릴이 폭발한다. 10분 안팎의 짧은 러닝타임으로 관객을 몰입시키는 연출력은 전작 <불멸의 사나이>에서도 잘 드러난다.

문병곤 감독의 단편 영화들에서는 공통적으로 초반에서는 담담하고 묵묵한 평온한 일상을 그리다가 이야기의 끝 몇 분 안에 감정이 극에 치닫는다. 특히 영화 속 등장인물의 대사는 최소한으로 전달해야 할 정보를 전달하는 정도로만 등장한다.

앞으로 가벼운 연애장르 장편 영화를 찍고 싶다는 말을 한결같이 모든 인터뷰에서 밝혔는데, 감독의 앞으로의 필모그래피가 기대되는 세계에서 주목받은 신예 감독이다.

제공: 스토리

Curator — Shim Seul-ki, Korean Film Archive
Publisher — Yoo Sungkwan, Korean Film Archive
English translation — Free Film Communic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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