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이미지의 종말을 애도하는 ‹483개의 선들 두 번째 에디션›(2015)은 아날로그 영상을 16미터 너비로 설치한 작업입니다. 서울과 영국을 근거지로 활동하는 듀오 김치앤칩스는 빛을 사용해 정적인 오브제를 움직이는 듯이 보이도록 만드는 정반대의 전략을 취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아날로그 방송이 막을 내렸고, 이후 NTSC 방송 표준은 새로운 이미지의 시대를 열었습니다. NTSC 표준은 텔레비전 화면의 바닥부터 꼭대기까지 쌓인 483개의 빛 선을 조정하여 하나의 영상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방식입니다. 백색의 투사광이 가느다란 실을 비추며 나타나는 기이한 모습은 아날로그 텔레비전 스크린의 혼선 현상과 닮아 있습니다. 스크린을 가로지르는 빛의 파장과 입자들은 점멸하는 패턴을 만들어냅니다.
공간을 메우는 483개 각각의 선은 전체 이미지를 구성하는 것 외에 독립된 하나의 개체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김치앤칩스는 두 가지 차원의 경험이 동시에 일어나게 하는 모티프를 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요동치는 파노라마 이미지는 가느다란 선이 갖는 물질성과 대비를 이룹니다. 작품은 은은하게 퍼지는 빛, 기하학적 형태의 게임들, 실을 사용하여 아날로그 미디어를 재구성합니다.
김치앤칩스는 빛과 물리 법칙 외에도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기술을 터득하여 작품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대표작으로는 다수의 오목거울을 배열하고 빛을 투사하여 이를 활성화하는 설치작품 ‹빛의 장벽›(2014~)이 있습니다. 손미미는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실험 예술, 디자인, 기술을 위한 스튜디오인 김치앤칩스의 공동 설립자이며, 서울, 도쿄, 바르셀로나, 덴마크 오르후스 등에서 작품을 전시했습니다. 최근에는 미래의 삶을 위한 감정적이고 촉각적인 상호작용과 창조적 접근을 통한 기술의 효과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맨체스터 출신인 엘리엇 우즈는 디지털 미디어 아티스트, 기술자, 큐레이터이자 교육자입니다. 손미미와 함께 김치앤칩스를 공동설립하고, 프로젝터, 카메라, 그래픽 컴퓨테이션과 같은 장치로 시각 디자인 기술과 인간 사이에서 상호작용의 미래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스크린랩 레지던시와 스크린랩 컨퍼런스 프로그램의 큐레이터로 활동하며, 디지털 미디어 아트에 관한 실천과 동시대 예술 문화 사이의 대화를 촉진하는 기획을 펼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