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러시아 제국과 소련에 속했던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는 최초의 석유 도시로서 석유와 경제, 정치, 물리적으로 긴밀하게 얽혀 있는 곳이다. 바쿠의 첫 번째 석유 호황은 19세기 말에 찾아왔다. 지역의 석유재벌들이 새롭게 거머쥔 막대한 재산을 쏟아 부어 이른바 ‘카스피의 파리’라 일컬어지는 대도시를 건설하고, 노벨 가족 기업의 러시아 지부가 바쿠 지역의 유전을 현대화한 덕분이었다. 구소련 시기에는 ‘사회주의자의 석유 도시’를 형성하려는 도시 실험의 현장이 되기도 하였다. 실험 대상 도시로는 네프트 다실라리도 있었다. 카스피해의 거대한 다리 위에 건설된 네프트 다실라리는 2천 개의 석유 굴착기, 송유관, 집유소와 그 곳에서 일하는 수천 명의 노동자들과 이들을 위한 학교, 상점, 정원, 진료소, 심지어 영화관까지 있는 도시였다. 오늘날 바쿠는 세계 석유와 가스의 주요 생산지일 뿐 아니라 가장 빠르게 변모하는 도시 가운데 하나이다. 이 전시는 참여작가가 쓴 동명의 저서(Park Books, 2018)에 수록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은 150년이 넘는 세월에 걸친 바쿠의 석유 산업과 도시화 사이의 밀접한 상호작용에 대한 최초의 종합적 연구를 담고 있으며, 전세계의 도시화라는 오늘날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해하는 데 있어 바쿠의 역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동 서적에는 네덜란드 사진가 이반 반의 포토 에세이도 수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