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허리를 4km의 폭과 250km의 길이로 잘라 남북의 경계로 삼은 DMZ는 1953년정전협정 이후 인간의 출입을 허용하지 않는 비극적 땅이다. 적대적 긴장이 늘 팽배한 곳이지만 역설적으로 자연은 여기서 늘 평화롭다. 야생의 천국이 된 이곳에 가면 문득 삶과 존재에 대한 사유와 성찰이 끝없이 밀려온다. 여기에 수도원은 최적의 장소이다. 이 한적할 수도원은 사람은 가끔 사용할 수밖에 없겠지만 새들의 거처로도 쓸 만할 게다. ‹새들의 수도원›은 DMZ의 조류생태를 살펴 새들의 높이에 따른 서식지를 만든 작업이다. 그러나, 이곳은 인공의 시설이 들어서기에는 금기의 땅이다. 그래서 한시적일 수밖에 없어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허물어지도록 느슨한 구조와 장차 소멸될 재료로 만든다. 그래도 이 시설이 있었던 기억은 남을 것이며 어쩌면 그 기억만이 진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