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와 개발에 밀려 제 땅에 살지 못하고 뿌리째 뽑혀 도시 조경수로, 도회지 사람들의 정원수로 팔려 나가는 나무들은 산업화에 밀려 대도시로 선진국으로 살길 찾아 떠도는 현대인들의 자화상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조경수의 아름다움은 낯선 땅에 살아남으려는 그들의 뜨거운 눈물이 빚어낸 결정체다. 손봉채는 작품 ‹금강산도›(2015)를 매개로 다음과 같은 질문을 우리에게 남긴다. “얼마나 많은 나무들이 새로운 땅에 안착하지 못하고 죽어갔을까를 생각해 봤을 때 우리는 과연 그 모습을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을까. 오늘도 얼마나 많은 이들이 도회 변방을 헤매며 뿌리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을까”. 손봉채의 작품은 변방의 모든 이들에게 바치는 헌사이자 오늘을 잘 견뎌내고 있는 이들을 향한 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