펼친 부채 모양과 유사한 형태의 필세로 필가의 기능을 겸하고 있다. 매우 얇은 면을 이어 붙여 복합적인 구조를 반듯하게 만든 제작 기술이 돋보인다. 이 필세의 백미는 양각기법으로 장식한 매죽문과 문자문이다. 전면을 장식한 전서체 문자들을 통해 당시 조선사회에 유행한 고증학의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 바닥의 음각문자는 이 필세를 만든 이들이 남긴 서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와 같은 예는 매우 희귀하다. 작지만 균형 잡힌 형태와 백토로 쓴 단정한 전서체 문자 그리고 그 함의로 인해 문기文氣가 잘 드러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