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를 통해 보면 헐성루에서 바라 본 금강산 그림임을 알 수 있으며 제당은 배렴의 호이다. 배렴은 청전 이상범李象範(1897~1972)의 제자로 그의 영향을 받았지만 1939년 금강산 기행을 다녀온 후, 여러 금강산도를 통하여 스승의 화풍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1940년 5월 화신화랑에서 개최된 금강산도 연작의 첫 개인전은 큰 호평을 얻었는데 여기에 이 금강산 병풍이 출품되었다. 금강산은 내금강, 외금강, 신금강, 해금강의 4개 지역으로 구분된다. 최고봉인 비로봉이 있는 중앙을 경계로 서쪽은 내금강, 동쪽은 외금강, 외금강 남쪽 계곡은 신금강, 동쪽 해안부는 해금강이다. 그 중 내금강의 표훈동 정양사正陽寺에 위치한 헐성루는 내금강의 42개 봉우리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 역할을 하던 곳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이곳에 많은 시인과 묵객이 와서 시를 짓고 그림을 그렸는데 배렴도 이곳 헐성루에서 가을의 내금강을 조망하여 그린 것을 알 수 있다. 내금강의 42개 봉우리 모두를 표현하려는 듯 12폭의 병풍으로 대작의 금강산 절경을 표현하였다. 구도는 평원법에 의해 근경에는 수목들을 배치하고 그 뒤로 중경, 원경에 첩첩이 쌓인 첨봉들을 배치하고 있다. 적묵법으로 원근감을 나타내고 농묵으로 봉우리마다 강조하여 뾰족한 봉우리가 끊임없이 위로 치솟고 골짜기는 안개로 가려져무한한 공간감을 표현하였다. 종전의 정해진 틀과 관념에서 탈피하여 다양한 묵법으로 실경의 금강산을 현실감 있게 부각시킨 작품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