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 1786-1856)는 청나라의 비학을 수용하여 발전시킨 인물이다. 사언대구 체본 여섯을 6폭의 병풍으로 꾸몄다. 체본이기 때문에 낙관도 없고, 곳곳에 먹물이 묻고 튀었다. 글씨는 당나라의 구양순의 서풍을 바탕으로 특유의 필치가 더해진 추사 노년의 필적이다. 내용은 아래와 같다.
① 攷古證今 山海崇深 옛날을 고찰하여 지금을 증험하니 산과 바다처럼 높고 깊다네.
② 空山無人 水流花開 빈 산에 사람 없어도 물은 흐르고 꽃이 피네.
③ 猶春於綠 明月雪時 오히려 초록보다 봄이니 밝은 달에 눈 오는 때라.
④ 碧桃滿樹 風日水濱 나무엔 푸른 복숭아 가득하고 물가엔 바람 부는 햇살이라.
⑤ 五嶽圭楞 六經根柢 다섯 큰 산의 모짐과 여섯 경전의 밑바탕이라.
⑥ 看梅子熟 聞木犀香 매화 열매 익음을 보고 물푸레나무 향기를 맡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