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 밖으로 벌어진 구연과 당당한 어깨에서 아래로 좁아지는 형태가 조선전기로부터 이어지는 특징을 보이는 항아리이다. 항아리의 한쪽 면에는 2개의 굵은 줄기가 교차하며 휘어져 오르는 매화나무를, 반대쪽 면에는 얇은 줄기에 달린 잎이 꼿꼿이 위로 뻗은 대나무를 철화로 그렸다. 매화와 대나무 중간에는 5언 절구의 시를 양쪽에 각각 2구절씩 써넣었다. 이 시는 본래 이정귀李廷龜(1564~1635)의 문집인 『월사집月沙集』에 실려 있는 것으로, 원본과는 첫 구의 ‘呑’이 ‘天’으로 바뀐 부분이 다르다. 이정귀의 문집에는 해당 시에 “술 취하여 병에 쓰다[醉書甁面]”라는 제목이 있어 술자리에서 백자 주기酒器의 미덕을 기려 지은 것임을 추정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