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수朴珪壽(1807~1877)가 평면의 원에 별자리를 표시한 것이다. 남반구와 북반구의 별들이 표시되어 있다. 별자리의 위치를 통해 시간과 계절을 측정해 볼 수 있는 도구이다.
평혼의는 동양의 전통적인 천구의인 혼천의를 간편화한 기구로서, 종래 혼천의에서 하늘을 혼원(입체화된 원)으로 나타내던 것을 평원(평면의 원)으로 나타내고 거기에다 총성도總星圖를 표시한 것이다. 남병철은 이를 ‘혼평의’라고 부르면서, “이 의기는 벗 박환경(桓卿은 박규수의 字)이 제작했다”고 밝히고 있다. 박규수가 만든 평혼의는 겉에“평혼의 헌당수제 간평의 소본부平渾儀獻堂手製簡平儀小本附”라 쓰여진 종이케이스 안에 들어 있는데, 판지로 만들어진 지름 34cm의 원반이다. 북반구의 하늘을 표시한 북면과, 남반구의 하늘을 표시한 남면의 양면으로 되어 있다. 각 면은 양극이 원심이 되고 적도가 원주로 된다. 또한 남북 양면은 각각 상하 2개의 원반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중 하반은 회전하도록 되어 있으며, 반면에 경도∙위도 및 황도가 선으로 표시되어 있고, 북면의 하반에는 북반구의 별들(6등급 이상 총성)이, 남면의 하반에는 남반구의 별들(6등급 이상 총성)이 표시되어 있다. 국립고궁박물관 전시관에는 바로 이 평혼의가‘놋쇠 남∙북반구 별자리판黃銅南北半球星座版’라는 이름으로 전시되어 있다. 지름 34cm의 놋쇠 원반에 별자리 등을 정교하게 새긴 가공 기술과, 구고목좌(받침대)를 포함한 전체 높이 77.5cm의 이 의기를 제작하는 데 소요되었을 경비 등을 감안하면, 덕수궁에 있는 평혼의는 고위 관직에 있던 남병철의 주도 아래 관청에서 제작한 것으로 추측된다. 그리고 그 제작 시기는 그가 박규수와 함께 천문 관측과 의기 제작에 몰두했던 1850년대를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