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점 가운데 침대를 뺀 가구 세 점의 기형은 기본적으로 전통 형식을 따르고 있으나, 기형의 비례나 공간의 구획 등 형태의 세부, 문양의 표현 방법에서는 근대적인 분위기가 여실하다. 크기나 좌우의 비례는 변화가 크지 않지만, 유선형의 앙증맞은 다리 형태는, 침대라는 생경한 기물과 더불어 서양가구의 수용 및 정착과정을 보여주는 자못 흥미로운 단서이다.문양에서는 변화가 특히 두드러진다. 근대 문양은 소재나 시문기법에서 그 이전과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일정한 정형을갖춘 틀에 일상의 여망을 담아 표현하는 여원기능與願機能이 약화되고, 화조와 곤충 등 소소한 주변의 자연 소재를포착하여 새로 도입한 실톱질로 사실적인 표현을 해내거나 이름난 화가의 작품을 문양으로 활용한 사례도 발견된다. 길상의 여망 대신 기물의 조형적 가치를 높여 작품이 되도록 하는데 더욱 주력하게 된 것이 과거와 달라진근대 공예의 진면목이다. 동아대학교석당박물관의 주칠가구가 여기에 해당한다. 2층 문판에 거울을 단 의걸이장도 해강 김규진金圭鎭(1868-1933)의 대나무 그림과 시산 유운홍劉運弘(1797-1859)의 매화그림을 좌우 측면의 위아래에 각각 배치하였다. 모란과 사군자를 머름칸에 나누어 배치한 것도, 실톱을 써서 잎맥까지 섬세하게 오리고 묘사해낸 나전 주름질기법과 더불어 근대 나전에서 보이는 중요한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