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커뮤니티를 주제로 한 ‘아지타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선감도 주민과 함께 만드는 공연을 전제로 프로젝트는 시작되었다. 주어진 여건상 한계로 인해 좀 더 많은 주민과 함께하려던 계획은 변경되었다. 텍스트가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으로 정해지자 주인공인 리어왕 역할로 섬노인을 캐스팅하자는 선택과 집중으로 바뀐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4대비극중 하나인 ‘리어왕’의 극중 제시되어 있는 나이는 80대초반이다. 선감마을의 존경받는 어르신중 한명인 문기식옹도 공교롭게 80대초반이다. 문기식옹을 찾아가 프로젝트의 취지를 설명드리고 함께 작업할 것을 권유했다. 흔쾌히 그는 허락했다.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은 총5막의 대형작품이다. 출연인원도 최소 20명이상은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각색작업을 하였다. 꼭 필요한 서사와 아버지와 세딸, 그리고 다양한 기능을 하는 광대역할 정도로 대본작업을 하였다. 이 프로젝트의 기획의도는 주민과 함께하는 예술활동 이외에 다음과 같은 의미를 찾고싶었다. 첫째, 예술의 주체에 관한 아젠다를 세팅하고 싶었다. 생산의 주체와 소비의 주체로 인식되는 예술가와 비예술가의 구분속에서 예술 생산경험이 섬노인으로 대변되는 문화소외계층에게 또 그 주변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혹은 미치지않는가를 참여 관찰 하고싶었다. 여기에는 ‘셰익스피어 배우되기는 섬노인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올것이다’라는 조작적 정의가 필요했다. 2015년 3월 9일부터 - 5월 7일 까지 주기적으로 경기창작센터와 문기식옹의 집, 생업 현장등에서 프로젝트는 이루어졌다. 대본을 낭독해보고 작품을 분석하는 시간에서 특히 섬노인은 몇백년전 영국의 ‘리어왕’의 삶과 선감도에서의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 시간동안 참여 예술가들은 지역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 다양하게 알게 되었다. 분석작업이 끝나고 화술에 관해 먼저 교육과 실습이 이어졌다. 발성과 발음이라든지 하는 기본적인것들과 함께 상황을 먼저 이해하고 편안하게 ‘일상에서 말하듯이’ 하는 개념의 전환이 주가 되었다. 리딩연습을 마치고 일어서서 동선을 연습했다. 고령에 움직임과 암기는 무리라 판단되어 ‘광대’역을 맡은 배우가 여러 가지 도움을 주기로 하였다. 2015년 5월 7일 경기창작센터 테스트베드에서 지역주민들 앞에서 ‘셰익스피어,선감도에오다 - 리어왕’ 막이 올랐다. 먼저 그간의 과정이 담긴 다큐영상을 함께 관람하였다. 그리고 전문스탭의 분장과 의상을 입고 리어로 분한 문기식옹이 무대에 들어섰다. 연습한 장면들을 연기자들과 함께 발표하였다. 3개월간의 과정을 함께하며 텍스트내적으로는 문기식옹이 리어와 자신의 인생을 병치시키며 배역을 이해해가는 과정을 통해 셰익스피어 작품속의 인생사가 보편적으로 시간과 공간을 넘어 통용되는 것임을 함께 발견 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선감도의 삶과 예술의 거리가 조금은 좁혀졌으리라 생각했다. 콘텍스트적으로는 과정에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예술활동을 즐기는 문기식옹의 모습에서 평생 섬을 떠나지 않고 주변인으로 느꼈을 삶의 질곡이 무대위의 주인공으로 만분지일이라도 해소되는 것을 목격했다. 모든 과정을 지켜본 문기식옹의 평생 동반자 ‘아내’의 시선에서도 그 변화는 느껴졌다. 낯선 남편의 예술행위들과 그 작업을 즐기는 모습에서 어쩌면 지금까지의 남편이 아닌, 한 인간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보았으리라...... 선감도의 고령의 할머님들이 대부분의 객석을 메우셨다. 그들도 보았을 것이다. 마을회관 앞에서 스치거나, 포도밭에서 허리를 구부리고 일을 하거나, 농약을 사기위해 버스를 기다릴때 수십번 수백번 스쳤던 그 얼굴이, 꾸미고 낯선모습으로 무대에 서서 ‘운명’이니, ‘신’이니, 하는 말들을 뱉는 것을 말이다. 단순참여나 일방적이지 않은, 보다 적극적인 커뮤니티 프로젝트. 앞서 말한 예술 생산경험이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들에 대해 프로젝트 전 과정을 통해 그 효과가 입증되었다고 생각한다. 양적 연구나 숫자로 치환할 수는 없지만 그 가능성을 매우 주장한다. 예술가나 예술에 대한 경계 역시 프로젝트 초기에 예술가들을 바라보던 ‘옹’의 눈빛이 3개월간의 과정이 지나 공연발표가 끝난 후 무척 따뜻하게 변했던 것을 보며 인식의 변화가 분명히 있음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