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은 풍속화의 대가 신윤복이 잘 그렸던 미인도의 전통과 연결되는 초상화이다. 이 여인상은 얼굴과 옷 주름들을 선으로 처리하였다는 점에서 선묘 위주의 조선전기 초상화 양식을 따르고 있지만, 화면에 물을 적셔 퍼지게 그리는 선염법과 얼굴과 신체묘사에서 흰색으로 표현된 후기의 기법도 보인다. 얼굴은 약간 오른쪽을 향한 모습이나 신체는 바로 선 형상이다. 왼손은 가볍게 머리에 얹고 오른손으로 치맛자락을 살짝 들어올렸다. 머릿결은 정수리부터 가르마를 내고 목덜미 아래에서 산호비녀로 쪽을 지었다. 얼굴과 손, 가슴 등 신체 부분은 가늘고 탄력적으로 그렸는데, 특히 매우 가는 붓을 이용한 섬세한 모발표현은 여인의 단아함과 여성스러움을 잘 표현하고 있다. 눈머리에는 옅은 붉은 색을 덧바르고 귀 내부와 턱 선부분에 담홍색을 살짝 덧발라 그림자를 주었으며, 이마와 볼 부분에는 흰색으로 하이라이트를 주었다.이 여인은 우리나라 전형적인 미인의 이목구비를 갖춘 모습에 자연스럽게 드러난 속옷과 버선발, 저고리와 치마가 주는 곡선미 등 전통적인 아름다움이 형상화된 형식이다. 따라서 이 그림은 한 개인의 초상화가 목적이 아니라 당시의 미인을 화폭에 재현한 것으로, 극도의 사실적인 안면 묘사가 배제되고 ‘미인’이라는 이미지를 표현하는 데 주력한 작품이다. 또한 손을 머리에 얹고 치마를 살짝 들어 올린 미인도의 자세는 20세기 초에 초상화와 미인도의 대가로 공방까지 차린 채용신의 그림과 비슷하지만 이보다 조금은 이른 시기의 다른 우수한 화원이 그린 작품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