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북마을 ‘양지리’는 대북 선전이라는 목적을 갖고 군사적 통제아래 조성된 이주민 공동사회이다. 이곳의 이주민들은 정부로부터 주택에 대한 지원은 받았으나, 토지 소유권은 인정받지 못했다. 이들의 삶은 소규모 주택 9평 1가구 2주택, 콘크리트 날림공사로 지어진 100채의 집안에서 시작되었다. 이제는 노인들만 남아 역사의 축이 그려 놓은 텅 빈 무대와 같은 비현실적인 공간이 되었지만, 무대가 아닌 땅에 기반한 삶의 공간을 쌓아온 80세이상 주민들 70여명이 여전히 이곳에 남아있다. 그들은 소유할 수 없는 땅 위에 9평 집을 오랜 세월 증축하고 변형하며 독특한 구조로 만들어왔다. 작가는 덧대어 만들어진 ‘덧집’들이 이주민들의 변위된 정체성의 서사를 반영하는 것으로 본다. 이러한 인식을 기반으로 물질화 된 자아의 공간, 그 자체를 ‹양지리›를 통해 은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