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기(1942-2000)의 <무제>(1986)는 그의 '쌓기' 작업 중 하나로, 작업의 실체로서의 돌과 이를 재현하고 있는 허상으로서의 수상기를 반복해서 쌓아 놓고 있다. 그의 이러한 작업에는 숨은 유머와 특유의 명상적인 분위기들이 공존하고 있다. 여기에서 이우환의 영향을 읽을 수 있는데, 이우환의 '자연과 인간의 간격'은 박현기에게 있어서 자연과 인공, 실상과 허상의 대립과 융화로 보다 구체적으로 연결되고 있다. 외양상 극히 중성적으로 보이는 이 작업에서 환경에 대한 메세지를 읽을 수 있는 것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