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윤(1946-1986)은 현실주의에 입각하여 사회 현실을 비판하고 이를 민족 형식으로 계승하고 발전시킨 민중미술의 대표 작가이다. 그가 활동했던 한국의 1980년대는 군사정권과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이 격하되었던 시기였다. 그는 짧은 생애 동안 현실 속에서 고통 받으며 우리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판화를 주 매체로 하여 독자적인 조형언어로 기록해 내었다. 특히 그는 리얼리즘에 대한 시각을 가졌으나 1980년대 중반부터 명상이나 민중의식, 과학문명의 배제를 통한 상상력의 확대를 통해 '리얼리즘과 신비주의', '한과 심명', '초월성과 중력' 등을 대치시키고 그 균형 위에 독자적인 세계관을 구축하였다. 그러므로 현실비판이라는 리얼리즘의 시각에서 초월적인 '한(恨)'의 정서로 표출한 두루마리 형식의 대작 <원귀도>(1984)의 경우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
두루마리 형식으로 제작된 이 작품은 미완성 작이나 당시 한국전쟁을 정면으로 다루었다는 주체적 측면을 떠나서도 한국현대사의 비극과 민중의 '한'을 파노라마 식으로 보여주는 작품으로 그 의미가 크다. 특히 동학혁명, 한국전쟁, 5월 민중항쟁 등 한국역사의 비극적 상황 속에서 희생된 민중의 모습이 한을 품고 죽은 귀신들의 형상으로 그려져 있다. 매우 비극적인 상황이지만 작가는 서술적 시간의 구상과 미묘한 색채, 기(氣)의 형상화를 통해 담담하고 따뜻한 작가적 감성을 엿볼 수 있도록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