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상봉의 작품 대부분을 차지하는 정물화는 그의 예술을 이해하는데 있어 중요한 영역이다. 1950년대 중반 무렵부터 도자기, 꽃, 과일 등을 소재로 한 정물화를 집중적으로 그리기 시작하였으며, 이러한 제재들이 품고 있는 보편적인 이상미를 발견하고자 했다. 회갈색과 짙은 흙갈색조의 차분한 색감이 특징인 <궤와 병>은 조선말기의 목제 궤와 백자 팔각병을 모티브로 하여 회고적인 정취를 느끼게 하며, 밝고 어두운 색조의 대비와 두 사물의 조화로운 배치가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