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밤섬을 마주하는 당인리 발전소 부지의 현재 도시적 성격은 지휘자가 없는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교향곡과 같다. 이곳은 기계로서의 도시 비전을 통해 에너지 생산, 홍수 방지, 차량 이동에 제각기 초점을 맞추게 되면서 초래된 독립적 기능들의 엔트로피로서의 집적체이다. 90여 년 전 서울이 현대 거대도시로 공학화되면서 시작된 이곳은 역사 없는 연대기를 가진, 장소 없는 광대한 도시 지역이다. 그러나, 대부분 높은 건물들의 장벽으로 규정되는 한강 변의 장소들과 달리, 이곳은 화합적인 문화와 생태학적 야망을 위한 수변 공공 활동을 수용할 수 있는 큰 스케일의 마지막 공공 지역이 될 잠재력을 가진다. 총합이 집적된 부분들보다 거의 모든 경우 작은, 초 구획화된 세계에서 ‘집합도시’를 상상하는 것이 더욱 불가능해 보이는 지금, 복잡하고 공존 불가능한 것들로 가득한 이 도시 영역을 새로운 땅으로 만들 수 있겠는가? 어떠한 집합적 노력이 이 우발적으로 발견된 부지를 대체적 유토피아로 만들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