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현은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거제도의 바다 풍경과 군 복무 시절 야간 투시경을 쓰고 바라본 비무장지대의 풍경을 서로 병치하여 화면을 구성한다. ‹Between Red-015AUG01›(2013)에서 그가 그려낸 산수는 마치 유토피아처럼 보이지만 사실 인간에 의해 파괴된 디스토피아를 담는다. 사라져 가는 금수강산의 풍경을 붙잡고 소멸하는 과거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드러내며, 분단으로 인해 발생하는 군함, 포탄, 붕괴한 건물, 철망 등의 요소를 화면 곳곳에 배치하여 우리의 아픈 역사와 현실을 은유한다. 이러한 파편적인 풍경들은 리듬감 있는 작품의 전체적인 조형 속에 유기적으로 어우러지고, 군사적 함의를 띤 붉은 색의 형상들은 정치 이데올로기가 그의 풍경화뿐 아니라 그 너머의 세계 안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