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청사기박지태극문편병

공모양의 몸통의 양면을 도톰하게 눌러서 만든 편병으로, 양감이 있으며, 무게중심이 몸통의 아랫부분에 놓여 있어 안정감을 준다. 어깨와 몸통부분에 백토를 분장(粉粧)한 후, 어깨부분에 국판문대(菊瓣文帶)를 둘렀다. 몸통부분은 앞·뒷면과 양 옆면의 네 개의 문양대로 나누고, 앞·뒷면에는 박지(剝地)와 조화(彫花)기법을 사용하여 중앙부에 태극문(太極文)을 배치하고, 그 주위에 소용돌이치는 구름 모습을 새겼다. 양 옆면은 다시 세 개의 문양대로 구획한 후 동일한 기법으로 추상문(抽象文)과 연판문(蓮瓣文)을 새겼다. 옅은 갈색기운이 감도는 회청색계통의 분청유약이 입혀졌는데, 부분적으로 가는 빙렬이 있으며, 광택은 은은한 편이다. 굽은 밖으로 약간 벌어진 다리굽형태로, 굽다리바닥의 유약을 훑어내고 모래를 받치고 구웠다. 독특하고 대담한 문양의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이 시기의 분청사기에 태극문양이 등장하는 것은 주역(周易)을 중시한 성리학의 유행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닐까 짐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