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후반에 착공한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의 최신식 드라이브인 쇼핑몰인 엘 엘리코이데 데 라 로카 타르페야는 결국 완공되지 못했다. 본래 계획에 따르면 건물을 오르내리는 이중 나선 형태의 차량 통행만 4킬로미터가 넘는 이 미래형 철근 콘크리트 쇼핑몰은 베네수엘라 현대화의 상징이 되어, 전세계의 관심을 끄는 명소가 될 예정이었다. 오늘날 기준으로 1,000만 달러에 육박하는 건설 예산으로 착공된 엘 엘리코이데는 혁신적인 민간 사업이기도 했다. 공사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300개의 상업 공간 대부분을 사전 분양했으나 마르코스 페레스 히메네스의 군부 독재 정권(1952-1958) 붕괴 이후, 사업은 정치적인 이유로 은행 대출에 난항을 겪으며 건설에도 차질이 빚어졌고, 1961년에는 공사가 전면 중단되었다.
엘 엘리코이데를 공공 목적으로 이용하려는 간헐적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성공한 사례는 두차례 뿐이었다. 1979년에는 산사태 이재민 수용소로 활용되어 1만 명까지 늘어난 이재민은 이 건물에서 3년 간 머물렀다. 1985년부터는 베네수엘라 정보경찰 본부로 사용되고 있다. 건물 내 대부분의 구역이 여전히 방치된 상태이지만, 엘 엘레코이데는 정보경찰 본부로, 그리고 악명 높은 정치범 수용소로 사용되며 라틴 아메리카 현대화의 어두운 이면을 단적으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