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인 현실보다 물고기, 소, 꽃처럼 원초적이고 토속적인 생명체를 소재로 작업한 홍종명(1922-2004)의 1950년대 말부터 1960년대 중반 무렵의 작품들은 당시를 풍미했던 추상표현주의 경향을 짙게 풍긴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그는 <십자가>(1965)에서 예수와 그의 제자들이 인간의 죄를 대속하기 위해 십자가의 고난을 받고 있는 장면을 추상표현주의적으로 표현하였다. 이렇듯 작가는 1950년대 중반부터 1960년대 사이에 다수의 종교화를 제작하면서 전쟁으로 인해 무너져가는 인간성 등 당시의 시대상과 자기성찰을 표현하려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