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벽은 항상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것으로만 경험되었다. 우리의 상상력은 언제나 그 앞에서 멈췄다. 우리는 벽의 뒷면을 볼 수 없었고, 벽 사이에 있는 공간을 상상할 수 없었다. 벽을 넘어서려면 우리는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에서 그것을 볼 수 있어야 하고, 벽을 부수려면 그것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알아야 한다. DMZ에서 철거된 철조망의 잔해를 녹여서 종(鐘)을 만들고, 벙커의 감시탑의 형태를 가져와 이 종을 거는 종탑을 만든다. 감시탑들이 서있던 산봉우리들에서 종소리는 남북의 경계를 넘어 멀리까지 퍼져나갈 것이다. 사람들을 갈라놓던 철조망이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종소리가 된다. 상대를 향한 적의와 긴장의 공간이 평화와 치유의 메시지를 발신하는 진원지가 된다.”—작가노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