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석의 ‹DMZ 생명과 지식의 저장소›는 2015년부터 꾸준히 진화해온 공동작업 ‹대지를 꿈꾸며... › 프로젝트로부터 시작되었다. 예술가 최재은과 건축가 시게루 반이 공동 디자인한 ‘공중정원’ 설계에 참여하게 된 작가는 정원의 북측 입구에 설정된 종자은행과 남측 입구에 설정된 생태계 도서관의 구상을 의뢰받는다. 이 공생적 두 시설은 각각 지상의 준비 공간, 그리고 ‘생명’과 ‘지식’의 안전한 보존을 위한 지하 저장소로 구성된다. 그리고 마침 이 시설들이 인간이 만든 두 개의 비극적인 선, 국경선과 터널이 평면에서 교차하는 지점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알게 된 작가는 현재 군사 관광지인 철원의 터널을 재활용함으로써 물리적 개입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저장소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기존의 터널은 산지인 DMZ 아래를 깊숙이 가로지르기 때문에 저장소로서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수십 년의 분단으로 막힌 ‘혈’을 풀어주며 새로운 생성 에너지가 흐르게 하는 ‘대지 위의 침술’ 과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