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보(1931-)는 1970년대에 들어서 <묘법>연작을 시작하였으며 이 시기를 일컬어 '백색 모노크롬 시대'라고 한다.
1982년 이전의 작품들은 크림색에 가까운 유채를 화면 전반에 바르고 그 색이 마르기 전에 위 아래로 선을 그려 화면을 채우는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이렇게 제작된 작품들은 작가 개인의 정서적 흐름이나 신체적 리듬을 타고 무의식에 가까운 상태를 드러내며 다소 황량하고 투명한 표정을 지니게 된다.
<묘법>연작은 자연을 완전히 소유하기 위하여 스스로의 존재를 투명한 상태로 무화(無化)시키는 데서 비롯되었다. 작가는 작품으로부터 형태, 형상, 구성, 색채 등 일체의 인위적 요소를 배제하고 거의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듯한 무작위의 세계를 그려 나간다. 여기서 색채와 선은 회화적 극소화에 도달하고 칠하기와 긋기는 하나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