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기는 인문학적인 성찰을 통해 자신이 바라보는 풍경의 지형적 요소와 그 안에 어우러진 인간의 흔적을 다루어왔다. 1981년 작 ‹포옹›은 화면을 가로막는 철조망을 뚫고 만난 두 남녀가 격정적인 포옹을 나누는 장면을 보여준다. 두 남녀의 배경으로 펼치진 풍경은 도상적인 논리에서 어딘가 어긋나 보이는데, 작가는 의도적으로 원숙하지 못한 표현법을 모방한다. 그에게 풍경화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을 그리는 것이 아니다. 그 공간 내에 형성되는 삶의 특수한 시간을 회화적으로 형상화하고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역사의 산수를 표현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