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우(1902‒1952)는 안중식과 조석진이 운영하던 서화미술회에서 수학한 대표적인 근대 한국화가이다. 선전에서 여러 차례 입선한 바 있으며, 다양한 장르와 화법을 구사했던 기량 있는 화가였다.
‹강산무진도›는 해방 후 작가가 강릉의 한 부호의 집에 머무르는 동안, 후원가의 주문에 의해 야심차게 기획된 작품이다. 원래 ‘강산무진’이라는 화제(畵題)는 중국과 조선에서 상당히 유행하던 것으로, 끝없이 펼쳐진 대자연의 숭고한 아름다움을 표현한 ‘관념산수’에 속한다. 그러나 주문자의 요청에 따라 이용우는 경포대를 포함한 관동팔경의 실제 모습을 일부 화폭에 담아냄으로써, 실경적 요소와 관념적 요소를 거대한 화면에 절묘하게 조합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경이로운 자연 속의 작은 ‘일부’로 살아가는 인간들의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냄으로써, 풍속화의 요소까지 첨가하였다. 아름다운 비단 위에 장장 21.7 미터에 달하는 크기를 과시하는 이용우의 이 야심작은 국립현대미술관의 2020년 대표적인 신소장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