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재건기, 산업화 시대에 걸맞는 더 기능적이고 혁신적인 삶의 방식과 제품들을 더 많은 이들에게 제공하고자 했던 바우하우스의 유토피아적 비전은 오늘날 우리 삶 속의 실용적이면서도 저렴한 산업 제품들을 가능하게 했고, 많은 디자이너들이 여전히 그 실험정신을 바탕으로 더 새로운 무엇인가를 만들기 위한 프로세스와 재료,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 기술문명과 모더니즘이 많은 이들의 삶에 가져다 준 진보에 감사해야 하면서도, 바우하우스의 낙관적이며 인본주의적, 산업친화적 시각으로 현실을 바라보는 것이 불편해진 것은 우리가 불확실한 미래를 상기시키는 여러 문제들에 매일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만들어낸 물질로 인한 지구 환경 문제로 인해 ‘인류세(Anthropocene)'라 불리우는, 생명공학의 발전으로 인공 생명이 디자인되는 현 시대에는, 100년 전 바우하우스에서 강조되었던 전체를 보는 눈 ― 분야를 초월한 유기적인 시각 ― 과는 또다른 포괄적이며 종합적인 사고가 요구된다. 인간의 욕구를 위해 자연이 자원으로만 이해되어지는 시스템의 잠재적 파괴력을 인지해야 하는 오늘날의 디자이너에게 인간의 삶을 위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미술, 공예, 산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산업과 기계문명에 걸맞는 기능적 삶의 방식, 미학을 제시한 바우하우스적 정신을 바탕으로 교육받고 디자이너의 길을 걷게 된 많은 이들에게 오늘날 요구되는 책임의식과 윤리의식은 매우 무거워졌다. 기술 발달과 혁신에 대한 욕구는 산업의 논리는 우리가 디자인하는 것이 가져올 파급효과를 충분히 알고, 제어하지 못하는 것들을 예측하고, 생각지 못한 결과에 반응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지 않고, 그런 불확실성 앞에 디자인은 전례없는 새로운 윤리적 딜레마에 직면하게 된다. “만들것인가 만들지 말것인가.” 인간의 자연 조작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욱 증가되고 있는 오늘, 이러한 자연과 산업, 기술의 복잡한 관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논의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한 일련의 나무 작업들은 WOLFS+JUNG 의 주요 프로젝트로 지난 10여 년간 여러 형태로 실험되고 소개되었다. 그 중 이번 비엔날레 발표작 ‘Engineered Nature’는 지난 프로젝트 ‘Nature v2.01’과 ‘Impossible Trees’에서 다루어 온 ‘자연적이라 인식되는 것의 경계’에서 더 벗어난, 기하학적이고 대칭적인 나무의 형태들로 구성되어, 합성 생물학이 현실화되는 시대에 요구되는 미학과 윤리의식에 대해 더 직접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공학적으로 설계된듯한 나무의 형태들을 대면하게 하는 이 작업들은, 지난 세기의 디자이너들과는 다른 질문을 던져야 할 오늘에 대해, 자연에 대한 인간 중심적 사고의 한계와 오만함에 대해 성찰을 촉구하는 개념적 프로젝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