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기(1951- )의 <보름달 뜨는 가을날>(1997)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올해의 작가》(1997) 전시에 출품되었던 작품이다. 보름달이 뜬 밤의 빛으로 인해 어렴풋이 드러난 숲의 윤곽을 작게 흔들리는 금속 못으로 처리하였는데, 산업 재료인 금속 못이 문인화적 분위기의 풍경과 묘하게 어울리는 작품이다. 작품의 상단부에는 "보름달이 뜨는 가을날 여기서 술이나 한 잔 했으면 좋겠네" 라는 글귀가 역시 금속 못으로 적혀 있다. 이는 작가가 달을 보면서 느낀 심정을 표현한 것으로, 황인기가 전통 문인화에 발 딛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