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규철은 1980년대 중반 미술계의 관행에 이의를 제기하고 사회의 당면 문제를 드러내는 “이야기가 있는 조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이후 그의 작업은 사물과 조각의 경계에 위치한 오브제를 만들고 거기에 사변적인 언어를 덧붙임으로써 일상적 사물에 대한 습관화된 개념을 전복시키는 것으로 전개된다. 현실과 발언에서 활동하던 작가가 독일로 유학하던 시기에 개최한 제1회 개인전에 출품한 <안경>은 안규철 작업의 지속적 테마라고 할 수 있는 우리가 상식이라고 생각했던 사물들의 전범을 뒤집음으로써 보이지 않는 이면의 질서와 모순을 드러내는 작품들이라 할 수 있다. <안경>은 불투명한 대리석으로 만든 알이 연속으로 다섯 개가 달린 확장된 안경모양의 형태를 띠고 있는 작품으로, 효용가치가 없어져버린 일상의 사물을 통해 세상도처에 존재하는 상식의 폭력과 부조리를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