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화가', '서민적 체취의 화가'로 일컬어지는 미석(美石) 박수근(1914-1965)의 작품은 주로 가난하고 외로운 서민의 삶을 다루며, 향토적이고 토속적인 친근감을 준다. 평면적인 화강암의 질감과 단순한 검은 선 등은 그의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박수근의 말년작인 <할아버지와 손자>(1960)는《제13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1964) 추천작가로 출품한 작품이다. <할아버지와 손자>는 그간의 여러 작품의 인물들을 종합, 재등장시키고 있는데 노인과 어린이를 동시에 그려 빈곤을 극복하고 새로운 희망을 염원한 작품이다. 작품의 하단에는 앞을 향해 웅크리고 앉아 있는 노인과 아이를, 상단에는 앉아 있는 두 남자와 급히 길을 가고 있는 두 행상의 여인을 그렸다. 작품 상단의 남자들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거나 쉬고 있고 여인들은 일을 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러한 점은 변변한 일자리가 없었던 당시의 상황과 가난을 그대로 보여준다. 작품 하단의 안정된 수직형태를 지닌 노인의 자세는 중간에 수직으로 연결된 손자의 머리와 작은 두 다리의 구성등과 함께 치밀한 조형적 계획을 세우고 작품을 제작하였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짜임새 있는 구도와 분명한 형태감, 치밀한 기법으로 완숙한 경지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