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 넝쿨이 제3폭 하단에서 시작되는 8폭 연폭병풍의 포도도이다. 짙고 굵은 먹선의 포도 줄기를 가로로 누운 ‘S’자형으로 화면 전면에 펼쳐 놓았다. 이 줄기는 서예의 한 획처럼 비백법이 돋보이는 농묵이며 그 사이 사이에 포도 넝쿨들이 펼쳐져 나와 있다. 포도 넝쿨과 포도 잎은 비교적 담묵으로 그려져 있으며 특히 최석환의 특기인 병들고 상한 잎들이 등장한다. 병든 잎은 잎맥을 먼저 나타내고, 그 주변을 미점으로 시든 모습으로 표현하였다. 포도송이는 농묵과 담묵을 적절히 조화시켜 포도의 숙성을 나타냈으며 포도 넝쿨들은 마치 나비 더듬이처럼 두 줄기가 짝을 이루며 문양처럼 반복적이다. 포도가 다산과 번창이라는 상징성 이외에도 포도의 성질과 외양, 과실의 맛 등으로 인해 궁궐과 사찰에서 재배되고 사랑받아왔다. 조선시대에는 정원 조성 취미로 널리 식재되면서 포도에 대한 시와 그림, 공예품 등이 빈번히 나타났다. 또한 많은 문헌과 회화 자료를 통해 왕실과 문인들의 포도 애호를 확인할 수 있고, 포도의 맑고 고매함뿐만 아니라 용처럼 얽힌 넝쿨과 여의주처럼 맺힌 포도알 등의 모습에 주목한 것을 알 수 있다. 이 작품 또한 화기에 나타난 바와 같이 용모습의 넝쿨과 여의주 모습의 포도 알을 상징하여, 가로의 ‘S’자형 포도 줄기는 마치 한 마리의 용처럼 살아 움직이는 듯한 형상으로 나타내었다. 제8폭의 화기를 통해 병인년 여름에 그렸음을 알 수 있는데 이때는 1866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