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은 <도덕경>의 한 구절, 人法地, 地法天, 天法道, 道法自然(사람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고, 하늘은 도를 본받고, 도는 스스로 그러함을 본받는다, 25장)의 재해석으로, 물 위의 ‘반영’을 이용해 상반된 의미를 지닌 天上과 天下의 관계가 이분된 것이 아니며 서로 불가분함을 드러낸다. 우리 선조들이 물에 비친 달 그림자에 주목해 사고했던 것처럼, 물 표면은 빛의 반사가 생길 때 사색의 공간이 된다. 그 표면은 여기서 天上과 天下사이의 경계가 되니, 이생과 저생의 접점으로 볼 수 있다.
지난 몇 년간 번역의 의미와 사물의 재맥락화 과정에 관련해 작업을 다루어왔다. 여러 형태의 텍스트나 이미지를 새로운 환경으로 옮겨오며, 그 과정을 통해 종종 우리가 평소 사물을 이해하는 방식의 역설을 드러내고자 한다. 본래 <天上天下>는 영어 버전이 먼저 만들어졌다. 캐나다 밴쿠버 차이나타운에 소재한 중국 정원의 초대로 만든 장소 특정적 작품 <heaven and earth>는 물위의 반영을 위해 물구나무 세워진 단어들(EARTH, REFLECTS, THE, HEAVENS)이 연못 위에서 자유롭게 문장을 형성한다.
<heaven and earth>가 문자들의 자유로운 움직임에 의해 사건이 횡적으로 일어나는 것과 달리 종적인 이미지의 <天上天下>는 물 표면이 두 세계의 접점이 된다. 그리고 천하와 천상이 다를 바 없이 하나임을 보여주는 비젼은 그 두 세계의 접점에 머물러 있을지 모르는 지난 역사내 선감학원의 영혼들을 달래는 과정이다. 또한 그 과정에서 밀물과 썰물, 비, 바람
등의 지역의 자연 조건은 반영의 형태를 끊임없이 바꾸며 물이라는 스크린을 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