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보면 섬 같지 않고 큰 언덕처럼 보인다고 하여 부르기 시작한 대부도는 시화방조제로 연륙되었지만 아직 섬이다. 수도권과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대부도 바닷가에는 선창과 경관 좋은 곳이 많아 주말이면 많은 관광객들로 붐비는 곳이기도 하다. 낙지가 팔방으로 다리를 뻗고 있는 형태의 대부도 중앙에 위치한 황금산(해발 167m)은 대부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산이다. 멀리서 보면 황금빛으로 빛나는 큰 언덕 황금산은 시화호부터 서해안까지 사방을 빙 둘러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대부도 초중고 교가에서도 “서해의 푸른 물은 우리 맘이요 황금산 그 자체는 우리의 기상...”이라고 노래하듯이 예로부터 황금산은 대부도 그 자체였으며, 훼손하면 화를 당하는 상징으로 황금산을 신성시하였다. 이곳 대부도 주민들에게 황금산에 관한 오래된 설화 중 하나인 「황금산의 나무귀신」 을 보면 황금산을 대하는 이들의 정서가 잘 드러나 있다. 마을 주민에게 경각심을 일깨우는 교훈으로 삼고자 황금산의 나무를 베는 것을 자기 자식의 목숨과 바꾸는 것으로 징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1994년 시흥시 오이도와 대부 방아머리를 잇는 12.4km 시화방조제 공사로 인한 골재 채취로 황금산의 실제 높이는 145m로 고도가 낮아져 있다. 대부도의 상징인 황금산 자락은 남북으로 언덕이 깎여 있고. 정상에 설치된 송전탑에 가려 북쪽 시화호는 볼 수 없다. 대부도 지역 학생들이 즐겨 소풍 갔던 황금산은 이제 서서히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고 추억만 남아 있는 곳이 되어 버렸다. 제 살을 깎아 만든 방조제로 인하여 어종이 풍부한 갯벌이 사라져 이제는 바다 보다 육지에서 포도 농사나 어촌 체험 마을 및 관광산업으로 주민들의 삶의 방식이 많이 바뀌었다. 자본의 이해관계가 소용돌이치는 대부도의 현 상황을 황금산이 상징적으로 잘 보여준다. 수시로 변하는 거친 바다에서 생사고락을 함께 한 이곳 섬주민들의 저변에는 도전적이고 직설적이며 폐쇄적인 멘탈이 아직 남아 있다. 자본에 의해 잠식 되어 가는 대부도는 이런 섬 특유의 정체성과 색을 잃어 가고 있다.
바다와 갯벌이 만나는 곳에 망둥이가 무리를 이루고 낙지, 바지락, 맛 등 수많은 갯벌 생물이 서식한다. 그러나 가로막힌 방조제로 인하여 뻘은 더 이상 새 생명을 잉태하지 못하고 점점 개체 수가 줄어 들어 갯벌이 죽어 가고 있다. 이는 곧 이곳 사람들의 생태 환경에도 영향을 준다. 할 일 없이 뻘 속에 묻혀 버린 고기잡이 선박들은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을 위한 포토존이 되고, 부둣가나 해안에 방치된 어구들은 이제 심각한 환경문제가 되어 버렸다. 대부도 방아머리 입구에서 부터 해안가까지 늘어선 상가들의 광고판은 고즈넉한 황금산과 해안가 아름다운 갯벌을 가려 현란하기만 하다.
무질서하게 진행되는 개발로 인하여 만신창이가 되어 가는 대부도에서 예술로 지역 재생을 실행하는 황금산 프로젝트는 망각의 늪에 빠진 황금산을 다시 끄집어내어 바라 보게 하는데 큰 목적이 있다. 2014-2015년 아르코 지역 재생 +예술 공모 사업에 선정된 황금산 프로젝트는 봄날예술인협동조합과 경기창작센터의 기관 협력사업으로 예술 선감과 아지타트 2개의 카테고리로 진행하였다. 지역의 다양한 이야기를 매개로 사람, 자연, 생태와 소통하는 ‘예술선감 프로젝트’와 공연, 교육프로그램 등 지역 주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커뮤니티를 위한 ‘아지타트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일차적으로 2014년부터 대상지 선정을 위한 지역 리서치와 주민을 상대로 한 퍼블릭샤렛을 기초로 경기창작센터 주변 대부도 선감마을과 매립지인 내수면 일대로 집중하기로 하고 범위를 한정 하였다. 경기창작센터 주변 선감마을과 내수면은 과거 경기창작센터 전신인 선감학원의 가슴 아픈 흔적이 아직 발견되고 방치된 곳이다. 특히 예술선감이 펼쳐지는 선감도 매립지인 내수면은 옛 염전으로 선감 학원생들의 노동력 착취 현장이었던 곳이다. 일제강점기 태평양전쟁 총알받이로 삼기 위해 설립된 선감학원은 해방 이후 전쟁고아와 부랑아 수용시설로 사용되었으며, 한동안 도립 직업전문학교로 사용되다가 2009년부터 경기창작센터로 개관하여 지금까지 이어 오고 있다. 경기창작센터는 매년 50여명의 국내 작가와 해외 작가들이 3개월에서 2년까지 머물면서 작업하는 예술창작레지던시 기관이다. 이런 좋은 인프라를 지역에 녹여 낼 수 있는 방법으로 지역 협력 예술 프로젝트를 실행하기에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작가들이 대부도라는 특수한 환경에 적응하고 지역 협력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하기에 레지던시 기간이 너무 짧고, 지역과 호흡하고 지속 가능한 관리와 연속성을 가지기에 역부족이다. 그래서 지역 협력 커뮤니티 프로젝트에 관심이 많은 작가들이 기획 레지던시 작가로 일정 기간 연장하며 작가들은 단체 혹은 개인적으로 지역 협력 예술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수행한다. 이러한 작가들을 대상으로 프로젝트 설명회와 공모를 통하여 2015년부터 선감마을과 내수면 갈대밭에 황금산 프로젝트를 실행하였다.
황금산 프로젝트는 가슴 아픈 과거를 고스란히 간직한 이곳에 치유를 바탕으로 있어야 할 곳에 있는 곳으로, 해야 할 시점에 실행하는 예술 프로젝트다. 지역의 역사와 삶의 기록, 개인의 추억들이 경기창작센터 입주작가들의 다양한 시선과 결합되어 선감도에 문화 예술의 꽃을 피우게 되는 프로젝트로 발전시켜 이를 토대로 경기 서해 연안의 섬을 잊는 문화 예술 에코 뮤지엄을 형성하는 밑거름 역할을 하였으면 한다.
'황금산을 바라보다'- 정기현(예술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