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655호> 궁중 연향에 사용되며 본래 청화백자로 제작되던 용준龍樽이 철화백자로 제작된 예이다. 팽만한 견부로부터 아래로 갈수록 좁아지다가 저부 가까이에서 다시 벌어지며 굽 부분에는 단이 지는 형태로, 조선전기로부터 이어지는 준樽의 특징이 보인다. 철화백자 용준은 기록과 유적 조사를 통해 17세기 전반경 본격적인 제작 상황이 파악되는데, 이는 당시 조선에 거듭된 전란으로 물력과 청화 안료가 부족하여 청화백자 용준의 마련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에 부득이한 방책들이 모색되어, 먼저 완성품 백자 위에 임시로 필요한 그림을 그려 가짜로 청화백자처럼 꾸민 ‘가화假畵’ 용준이 사용되었다. 그러나 그 폐단이 많아 이와 함께 ‘석간주’로 무늬를 그린 철화백자 용준이 제작 및 사용되기에 이르는데, 간지干支 명문과 출토 유물의 성격으로 보아 17세기 전중반 운영 시기가 추정되는 관요지에서 확인된 철화백자 용문호편들이 이를 입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