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9년 만주에서 태어난 윤석남은 1979년 40세의 나이에 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1986년 그가 동참했던 <반에서 하나로>라는 전시는 우리나라 페미니즘 미술의 기점으로 평가되고 있는 만큼 그의 작품의 행보는 한국미술사에서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윤석남이 주로 사용하는 폐목은 조선시대 시인이었던 허난설헌의 생가에서 주워온 나뭇가지의 표면이 늙은 여성의 피부와 같음을 느낀 후 그의 작업의 주요 재료가 되었다. 이 <연>이라고 하는 작품도 허난설헌에 관한 작품이다. 길게 늘어난 팔은 그 시대를 살았던 여성의 생각을 끄집어내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이기도 하고 이 작품에서 연꽃과 닿아있는 손이 초록으로 물드는 것처럼 길게 늘어나 자연에 닿으면서 동화되는 몸을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흔들리기 때문에 불안하기도 하지만, 하늘을 가로지르는 그네의 환상을 담아 좀 더 자유롭고자 하는 욕망에서 그네를 타고 공중에 떠 있는 형태로 제작되었다. 그네를 타고 공중에 떠 있는 여인이 들고 있는 ‘연’은 다양한 문화권에서 태양, 탄생, 창조의 의미로 신성하게 여겨지는데, 작가에게 있어서는 부활을 상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