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많은 개발도상국의 역동적인 도시들처럼 마닐라는 시민들에게 충분한 인프라와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의 인프라 문제는 개인 차원에서, 혹은 지방 의회, 주민, 민간 기업의 협력으로 해결된다. 최근 등장한 ‘상황 대응형 인프라’ 개념에 따르면, 인프라 거버넌스는 다양한 사람들이 상황에 맞게 “필요할 때 도움을 주고받는” 과정이다. 마닐라 시 당국과 공공 서비스 기업이 진행하는 현대화 사업에도 이 관점이 적용될 수 있다. 마닐라의 가로등과 전력망를 조명하는 이번 작품은 ‘어떻게 시민들이 상황에 맞게 대응하는 과정을 통해 도시의 인프라 시스템을 구성해 가는가’를 연구한다.
‘상황 대응형 인프라’는 다양한 사회적 의미를 갖는다. 이는 시민들이 자신들의 방식으로 도시 인프라를 활용하며 기존 체제에 도전하는 행동이면서, 동시에 인프라 수리와 유지 보수에 대한 창조적인 접근 방식이다. 또한 상황에 따라 적응하는 공동 생산 양식이기도 하다. ‘주어진 시점에서 구할 수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계획하고 만들어 나가는 행동 양식’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 ‘상황 대응형 인프라’는 시민들이 살아 가면서 급박한 일을 겪거나 예기치 않은 기회에 직면했을 때의 적절한 대응 과정에서 탄생했다. 도시 인프라는 ‘상황 대응적’ 시각에서 소통을 위한 의미 있는 매개체가 된다.
마닐라의 가로등을 벗어나 세계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상황 대응형 인프라’를 만날 수 있다. 이와 같은 인프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은 특히 개발 도상국의 스마트 시티 개발 계획에 적용될 수 있다. IT 기업들이 제시하는 천편일률적인 해결책을 넘어 지역의 문화, 사회, 환경적 맥락을 고려하여 문제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스마트 시티가 가능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