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이퀄라이저는 우리가 지진이라는 예기치 못한 사태로 공포를 겪을 때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인식의 전환을 연구한다. 굳건하던 대지가 요동치고, 아늑하던 집은 탈출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어 버린다. 우리를 편안하게 해 주는 가구가 자리를 차지해 갈수록, 공간이 주는 여백의 미와 비상시에 대피로가 될 수 있는 여유 공간은 사라져 버린다. 우리가 아끼던 소유물도 아무 가치가 없어지고, 오히려 우리의 발목을 잡을 뿐이다. 지진이 닥치면 (역주: 도시의 사회-공간적 분리는 사라지고) 우리는 낯선 이들과 함께 지내며 마음의 위안을 찾게 된다.
관람자들은 빅 이퀄라이저를 통해 ‘안전’이라는 개념을 재해석하게 된다. 또한, 지진의 엄습으로 우리의 신체와 도시라는 인공 환경 사이의 관계가 완전히 뒤집힐 때, 그리고 마음은 공포에 사로잡히고 빠른 결단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때, 우리가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게 되는지 — 소파 옆에 웅크리거나, 탁자 밑에 몸을 숨기거나, 지진에도 잘 무너지지 않는 문틀 밑에 서서 지진이 지나가기를 기다리거나 — 생각하게 된다. ‘더 좋은 방법이 있어’라며 으스댈 여유 따위는 사라지는 것이다.
관람자들이 인식이라는 관점에서 우리의 원초적 생존 본능을 연구하는 이 작품을 통해 인류가 만들어 내는 건축물 속에서 스스로가 소외당하는 현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건축물 속에서 인간은 자연에게, 사회는 환경에게, 사람들은 서로에게 낯선 존재가 되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