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풍(稻風) 서진달(徐鎭達, 1908-1947)은 1930년에 일본으로 건너가 3년간 미술 연구소에서 수학하고, 1940년에 동경미술학교(東京美術学校)를 졸업했다. 귀국 후에는 대구와 만주에서 교사와 강사로 재직하고, 광복 후에는 부산에서 미술 연구소를 설립하여 활동했다. 그는 제10회 조선미술전람회(1931)에서 입선한 후 총 일곱 차례 입선했다.
작가는 일본 동경미술학교 재학시절 고바야시 만고(小林萬吾, 1870-1947)에게 아카데미즘과 인상주의 회화를 배웠고, 특히 누드화에 재능을 보였다. 서진달은 붓 터치를 대담하게 하여 색면으로 대상을 처리하는데, 이는 작가가 후기 인상주의 화가인 폴 세잔(Paul Cézanne)의 화풍에 영감 받았음을 보여 준다.
<나부>는 풍만한 여인의 누드를 아카데믹하고 인상주의적인 화풍으로 묘사한 유화이다. 화면 오른쪽 '소, 이서(小, 二徐)'라는 서명은 이 작품이 지도 교수였던 고바야시 만고의 교실에서 2학년 때 그려졌음을 알려준다. 전체적으로 갈색이 주조를 이루고 있으며 명암을 강하게 대비시켜 조형성이 돋보인다. 인체를 대담하고 거친 붓놀림을 사용하여 면으로 처리했고, 배경을 단순화하여 대상 인물을 부각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