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진(1868~1933)은 근대 초기의 대표적인 사군자 서화가로, 묵죽에서 특히 명성이 높았다. 그는 여러 종류의 대그림에 뛰어났는데, 그 중에서도 통죽 또는 왕죽으로도 불리던 대죽(大竹)그림이 가장 유명했다. 그의 대죽 화풍은 정섭을 비롯한 양주팔가의 화법을 토대로 개성화된 것이며, 두 그루의 커다란 쌍간(雙竿)을 상하절단식 또는 상단절단식의 두 형식을 통해 주로 표현했다. 이 그림은 후자의 형식에 속하는 것으로, 굵은 대줄기의 미묘한 음영법과 마디를 나타낸 짙고 가는 먹선, 그리고 상단부로 올라가면서 퍼지는 포치와 끝이 비교적 뭉툭한 댓잎의 양태 등으로 보아 1920년대 작품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