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초기 시대와 공존한다. 서울이 원래의 요새 도시인 한양을 포함하면서 연대순으로 차이가 있는 두 도시는 나이테 모양 같은 동일한 물리적 경계를 공유한다. 산의 구조를 따라 존재하는 이 경계는 도시의 안과 밖을 정의하는 기준이었다. 현대화로 인해 그 경계가 점점 흐려지긴 했지만, 일부 절단벽은 도시 구조와 공존하며 기형적 흉터가 눈에 띄게 남았다. 시대정신은 정크스페이스 시대를 대표하며 부서진 성벽을 재건하여 복원할 것을 요청한다. 이는 이 성벽을 어떻게 미래를 향한 모습으로 나타낼 수 있을지 추측하게 한다. 우리는 이 물리적인 성벽 그 자체가 한양 성벽의 본질에서 깊이 동떨어져 있음을 분명히 한다. 오히려 본질은 사람들의 일상 생활 속 질서를 형성하는 것에 있다. 이는 서울이 단순히 물리적인 벽을 재건하는 것이 아니라 각 직각 절단면들의 본질적이고 원시적인 연결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