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남신(1953- )의 작업은 도대체 편안히 감상하기가 거북스럽다. 그의 작업은 우리에게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깨어있기를 강요하지만 다행이 그의 작업들은 당황한 관객에게 숨을 돌릴 여지를 준다. <멀리누기>(2002)는 한 남성의 그림자가 오줌줄기를 쏘아 올리는 형태의 작품으로, 1980년대 초 작가의 대표작이었던 '그림자' 회화라고 볼수 있다. 작가의 세월 같은 흑연가루의 아스라한 흔적을 공업용 스프레이로 대체하고 자연물의 조신한 영상을 불량스럽게 버티고 선 인물 형태로 바꾸어 놓았지만, 그것들이 관객에게 던지는 수수께기가 존재의 부재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에는 본질적으로 변함이 없다. 다만 그 부재를 드러내는 방식이 보다 공공연해졌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