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민 작가는 뉴욕화단에서 민화를 주제로 작업하고 있는 작가입니다. 이 작품은 상처와 기억 , 고통, 누군가에게 극단의 상처 혹은 고통일 수 있는 죽음에 관한 고찰과 삶에서의 받아들임, 그것의 승화에 관한 작품입니다. 현대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귀영화를 추구하는 것은 너무나도 일반적 정서가 되어있습니다. ‘부귀영화’의 상징인 모란은 이러한 현대 사회에서 살고 있는 우리의 상징적 자화상을 의미합니다. 즉 그의 모란도는 사회의 일원으로서 혹은 개인으로서 꿈을 꾸고 성취를 하고, 상실하고 좌절하고, 고통과 승화의 과정을 겪게 되는 우리의 삶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족자의 형식을 옛 ‘소병’에서 빌렸다고 합니다. 소병은 장례식이나 제사 때 쓰는, 아무 무늬나 그림이 없는 하얀 병풍입니다. 소병은 삶과 죽음의 공간을 나누는 역할을 하고, 장례식에서 죽은 자의 관은 소병 뒤에 놓여졌습니다. 족자의 뒷면은 금사로 장식된 붉은 비단으로 장정되어있습니다. 앞에서 보여지는 단조로움과 어두움, 무거움과 반대로 죽음 이면의 혹은 승화를 겪은 후의 화려함과 밝음, 가벼움을 암시합니다. 관객들이 뒷면을 직접 볼 수는 없지만, 잘려진 부분을 자세히 보면 가장자리에 남겨진 흔적, 그림자에 반사되는 붉은 색의 암시는 인지할 수 있습니다.